• ▲ '신반포 센트럴 자이' 견본주택 앞 운집한 내방객들. ⓒGS건설
    ▲ '신반포 센트럴 자이' 견본주택 앞 운집한 내방객들. ⓒGS건설


    2017년 부동산시장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냉랭하게 출발했지만 이내 무섭게 끓어올랐다. 대선과 분양시장 성수기가 겹치면서 분양일정이 일시 연기되기도 했지만 분양권 투자시장은 호황을 이어갔다. 이에 정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꺼낸 패들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내년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역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최근 몇년간 이어진 주택 호황으로 안정적인 영업성적은 이어갔으나 SOC예산 감소, 잇단 수사 등 우울한 소식도 이어졌다. 2017년 건설·부동산업계 주요 이슈를 꼽아봤다.

    ◇ 대선 이후 서울 아파트값 '이상 과열'

    지난해 11·3대책 여파로 올 초 침체됐던 서울 주택시장이 새 정부 들어 살아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대선이 치러진 5월에 비해 2.12% 상승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아파트값이 뛰고 거래량이 늘면서 시장이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탄핵 정국에서 조기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매수심리가 살아난 데다 사업 추진이 빠른 일부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촉발된 강세가 확산되면서 일반 아파트까지 연쇄적으로 가격이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으로 재건축시장이 위축돼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판단된다.

    ◇ 당첨되면 억대 웃돈 '로또 청약' 열풍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강남권 신규분양 아파트의 고분양가 책정을 막기 위해 사실상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면서 '로또 청약' 열풍이 불었다. 주변 시세에 비해 새 아파트 분양가가 더 낮게 공급되면서 '당첨만 되면 억대 웃돈을 챙길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한신 6차' 재건축 사업인 '신반포 센트럴 자이'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4250만원으로, 당초 예상(3.3㎡당 4500만원)보다 낮게 책정돼 당첨만 되면 3억원 안팎의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투기과열지구 6년 만에 '부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투기세력을 잠재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첫 부동산 규제책이었던 6·19대책에서 경기 광명시과 부산 기장군·부산진구 등 3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했으며 40여일 만에 고강도 규제책인 8·2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 세종시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2011년 강남3구를 마지막으로 해제된 투기과열지구가 6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금융규제 강화 △청약 1순위 자격 요건 강화 및 가점제 비율 상향 등이 쏟아졌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인근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완화됐다.

    한 달 뒤 9·5 후속조치를 통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고,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을 개선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 김현미 국토부 장관, '다주택자와의 전쟁' 선포

    지난 6월 새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수장으로 김현미 장관이 취임했다. 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투기수요를 지적하며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8·2대책을 통해 내년 4월부터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 주택 매매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최대 60%까지 높이도록 했다. 다주택자들이 내년 4월 전에 집을 팔도록 해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다.

    다른 한편으로는 임대사업자 인센티브 방안을 발표,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취득세·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 건강보험료 인하 등 혜택을 제공해 부담을 완화해주는 유인책도 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주택자들은 정부의 인센티브가 기대 이하라는 판단 하에 보유하고 있는 집을 팔 지, 아니면 계속 보유할 지 고민에 빠져 있어 이 같은 기 싸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빡빡한 대출규제… '빚내서 집 사는 시대' 끝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을 주도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유동성 과잉'이 부동산 과열의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10월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다주택자의 돈줄을 조이는 내용이 핵심으로, '빚내서 집 사는 시대'의 종언이라는 평가다.

    대책에 따라 '신DTI(총부채상환비율)'가 실시된다. 신DTI란 차주의 소득을 바탕으로 상환능력을 따져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정하는 기존 DTI에서 더 강화된 것이다. 기존 DTI보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기존 소득과 부채산정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새롭게 받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기존에 받았던 주택대출에 대한 이자상환액만을 따져 대출한도가 정해졌지만, 앞으로 기존 대출의 원금까지 포함해 산정된다.

    다주택자가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만기를 15년으로 제한해 DTI를 산정하기 때문에 원금과 이자 상환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내년 하반기부터는 전체 빚 규모와 이를 갚을 능력까지 고려해 대출금을 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전격 도입된다.

  • ▲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공동시행 건설업자 선정 총회' 현장. ⓒ성재용 기자
    ▲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공동시행 건설업자 선정 총회' 현장. ⓒ성재용 기자


    ◇ 환수제 피하려는 조합·수주나선 건설사… '진흙탕'된 수주전

    초과이익환수제의 내년 부활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일제히 사업에 속도를 냈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건설사들이 열을 올리면서 수주전이 뜨겁게 진행됐다.

    총 사업비 10조원 규모로 관심이 뜨거웠던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수주전에서는 현대건설의 이사비 7000만원 무상 지급이 화두로 떠올랐다. 현대건설이 막강한 자금력을 통해 총 1600억원에 달하는 이사비를 조합원들에게 전액 무상으로 주기로 하면서 현대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다.

    하지만 GS 측에서 7000만원이나 무상으로 이사비를 과도하게 지급한 사례는 재건축 사상 처음이라며 이는 결국 아파트 상품성과 품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정부까지 나서 이사비 7000만원 무상 지급에 제동을 걸었다. 국토교통부는 법률 자문 결과 현대건설의 이 같은 제안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이에 대한 시정을 지시했다.

    서초구 한신4지구와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수주전에서는 무상이사비뿐만 아니라 금품·향응 제공 등 불법 행위도 있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즉시 현장점검을 실시했고, 경찰은 고발이 접수된 건설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했다.

    이 같은 수주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국회에서는 건설사의 무상이사비 지원을 금지하고 금품·향응을 제공한 건설사의 입찰을 2년간 제한하는 도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 원안보다 늘어나긴 했지만… SOC예산, 3.3조원 감소

    정부와 건설업계는 SOC예산을 두고 대립했다. 정부가 내년도 SOC예산을 올해 22조1000억원보다 20%가량 적은 17조7000억원으로 편성하자 건설업계는 SOC예산 증액을 정부 및 국회에 지속 요구해왔다.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단체들은 SOC예산 축소가 서민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 활성화 저해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마저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소건설사의 경우 한 해 살림과 직결되는 만큼 도산 우려도 표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SOC투자가 1조원 줄어들 경우 일자리가 1만4000여개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0.06%p 하락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국정감사에 참석했던 건설업계 수장들도 내년 건설업계가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SOC예산을 늘려달라고 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SOC예산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안보다 1조3000억원 늘어난 19조원으로 증액됐다. 하지만 올해와 비교하면 감소액이 3조3000억원에 이르는 만큼 SOC투자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간 SOC예산이 20조원대 밑으로 하락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 지진에 붕괴된 필로티 구조… 안전성 문제 부상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며칠 앞두고 전국을 뒤흔든 포항 지진은 전 국민에게 한국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특히 필로티 구조 건물의 기둥이 붕괴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다.

    필로티식 건물은 1층에 벽 없이 기둥만 두고 개방해둔 건축 형식이다. 기존 1층 위치를 2~3층 높이로 올리고, 1층의 빈 공간은 통행로나 주차장, 자전거보관함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건설사들의 신규 분양아파트는 물론, 빌라나 오피스텔 등에도 적용됐다.

    그러나 지진을 통해 필로티 구조가 적용된 다세대 빌라 기둥이 파손되면서 건축물 안전도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부의 지방자치단체들은 건물 내진성능을 강화하는 등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 뇌물수수·비자금 조성 등 잇단 수사에 '긴장 모드'

    강은주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는 회삿돈을 빼돌려 미국 육군 기지공사 발주업무 관계자에게 수십억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로 SK건설 이모 전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달 초 발부했다. 검찰은 2008년 미국 육군공병단 극동지구가 발주한 평택 미군기지 기반시설 공사를 SK건설이 수주하는 과정에서 뒷돈이 제공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임직원들이 하도급업체에 압력을 행사에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삼성물산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공사비를 비자금으로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롯데건설은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 '시평 3위' 대우건설 매각 본격화… 순항은 '난망'

    시공능력평가 3위인 대우건설의 매각작업이 시작됐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10월 대우건설 매각공고를 냈다. 매각대상은 산업은행이 사모펀드 'KDB밸류제6호'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50.75%다.

    지난달 마감된 예비입찰에는 호반건설과 미국의 에이컴 등 국내외 10여개사가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이후 매각주간사 측은 적격대상자를 3곳으로 추렸다.

    매각 본입찰은 당초 이달 시작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적격대상자들이 실사 연기를 요청해 현재는 내년 1월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가가 과도하게 낮은 상태를 이어가자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에 본입찰이 더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