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2일 신년사에서 "정책금융의 지속가능성과 은행의 장기발전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뉴데일리
    ▲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2일 신년사에서 "정책금융의 지속가능성과 은행의 장기발전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뉴데일리


국내 대표 국책은행 수장의 신년사에서 '구조조정'의 비중이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 

그동안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을 도맡아온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역할이 큰 폭으로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시장에 맡기기로 하면서 정책금융기관에게 고유의 기능에 충실하라는 시그널을 보내면서다.  

문재인정부의 첫 국책은행장을 맡은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2일 신년사에서 "정책금융의 지속가능성과 은행의 장기발전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역시 "정책금융은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양적 확대보다 기업의 성장 또는 고용확대와 같이 시장에서 원하고 효과가 큰 사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정권에서는 국책은행의 핵심 업무로 산업 구조조정이 자리해왔다. 국책은행장 역시 새해 청사진을 공개하는 신년사에서 구조조정과 관련한 구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은 어려움을 이기고 새 길을 뚫겠다는 극세척도(克世拓道)의 자세로 혁신성장을 지원할 것"이라며 "성공적인 3차 산업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4차산업과 혁신성장에 국책은행으로서 보조를 맞춰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역시 "정책금융은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양적 확대보다 기업의 성장 또는 고용확대와 같이 시장에서 원하고 효과가 큰 사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  수출입은행
    ▲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역시 "정책금융은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양적 확대보다 기업의 성장 또는 고용확대와 같이 시장에서 원하고 효과가 큰 사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 수출입은행


  • 은성수 행장은 "조선업 구조조정이라는 난제를 정부 또는 유관기관 등과 함께 풀어나가고자 노력했다"면서 "앞으로 자본시장의 역할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부,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어 "적기에 충분한 대응을 통해 개별기업 뿐만 아니라 산업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도록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의 이러한 기류변화는 정부가 구조조정 방향으로 '시장 중심'을 앞세우면서 국책자금을 통한 공적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다. 

    하지만 갑작스런 정책 변화에 따라 구조조정이 지연돼 추후 더 큰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출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성동조선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실사보고서를 바탕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기로 했으나 정부가 올초 조선업 혁신성장 추진방향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구조조정이지연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채권단으로 있는 STX조선해양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상반기 중 1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해 자본시장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