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2개월여 만에 최저치 기록, 원화 강세 부각원·달러 환율 1050원대까지 밀릴 수 있다는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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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수출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원달러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기업이익이 떨어져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새해 초부터 원·달러 환율이 수출기업들의 마지노선인 1050원대까지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2.3원(0.22%) 하락한 1062.2원을 기록하며 내림새를 유지했다. 3년2개월여 만에 1061.2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 2일 환율과 거의 근접한 수치다. 

미국이 금리를 올렸는데도 달러값이 하락하면서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는 이유로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기대감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과의 통상 마찰 등을 우려한 금융 당국이 시장 개입에 소극적인 태도로 나서며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주요 대기업의 매출 대부분이 수출에서 발생하는 만큼 원화 강세는 수출에 의존해온 한국 경제에 악재나 다름없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자동차·반도체·정유화학 업계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원화 강세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단기적으로 국내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1.3%포인트 하락한다.

특히,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업계는 실적도 부진한데다 환율 하락까지 겹쳐 새해 초부터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수출 물량 비중이 60% 정도를 차지하는데, 현재와 같은 환율 기조가 이어진다면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된다. 

엔화값 상승 폭이 원화값 상승 폭에 못 미치는 것도 수출 기업들의 힘들게 하는 이유다. 최근 1년간 달러화 대비 원화값이 13.83%오른 데 비해 일본 엔화 가치는 4.68% 올랐다. 현대·기아차로서는 글로벌시장에서 일본차와 경쟁하기 위해 필수로 꼽히는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악재는 이뿐만 아니다. 원화강세, 유가급등, 금리상승이 한꺼번에 오르는 '신(新) 3고(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들의 한숨은 커져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이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3위의 산유국인 이란이 원유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글로벌 공급과잉 우려가 줄어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종우 IBK 투자증권 센터장은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원화 강세 속도가 빠르다면 당국 개입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절상이 많이 되서 문제이지 속도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