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 전단채 신규 평가서 'A3'등급 받아신규수주, 매출액 하회… 3분기 연속 수주잔고 감소"기획제안형 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
  • ▲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 1차' 전경. ⓒ한라
    ▲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 1차' 전경. ⓒ한라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기록한 한라가 전자단기사채 평가에서도 안정적인 등급을 받으면서 올해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앞서 지속적으로 우려됐던 수주잔고 부족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아 실적 개선세에 '급제동'이 걸릴 수도 있어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나란히 한라 전단채 신용등급을 'A3'로 평가했다. 'A3' 등급은 전체 6개 등급 중 'A1', 'A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한라 관계자는 "앞서 지난 4일 공시한 바와 같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전단채 500억원을 끌어오기로 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신용등급을 부여받았다"고 설명했다.

    신평사들은 △우수한 분양 성과에 따른 수익성 및 현금흐름 개선 △주요 자구계획 이행에 기반한 재무안정성 개선 및 기조 유지 전망 △한라그룹의 지원 가능성 등을 등급 평가·결정 이유로 꼽았다.

    한기평에 따르면 2013년부터 감소세가 지속되던 한라 매출 규모는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 1~3차를 포함한 건축부문이 호조를 나타내면서 2016년 증가세로 전환된데 이어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대비 14.7% 증가한 1조79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3분기 457억원을 기록, 2분기에 달성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갱신했다. 특히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1143억원에 달하면서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1000억원 돌파는 2011년 도입된 K-IFRS 회계기준 적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점을 회계기준 적용 이전까지 확대하더라도 이 정도 규모의 실적을 낸 적이 없다는 것이 한라 관계자 전언이다.

    또한 매출원가율은 건축부문(자체사업 포함)의 우수한 채산성에 힘입어 8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토목부문의 수주경쟁 심화 등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지속되는 점, 주택경기가 하향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외형 및 영업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배곧신도시 2·3차 사업, 2016년 말 선보인 울산 송정 자체사업 등 주택 부문의 우수한 채산성에 힘입어 중단기적으로 양호한 영업수익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황덕규 나이스신평 실장은 "우수한 분양실적을 바탕으로 선투입자금 회수가 원활히 이뤄짐에 따라 엉업현금흐름 또한 양호한 순유입세를 시현하고 있다"며 "토목 및 해외공사 부문의 손실 부담에도 주택 부문의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단기적으로 양호한 수익성 및 현금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업실적 개선과 함께 주요 자구계획 이행에 따른 차입 부담 감소로 재무안정성 지표도 개선되는 추세다.

    과거 1조원을 상회했던 총차입금 규모는 그룹의 대규모 유상증자 및 주요 자구계획 이행에 힘입어 3분기 기준 3007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10%, 27.0%로 개선됐으며 2014년 이후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주택부문의 분양 성과에 기반한 영업현금 유입 기조와 2016년 이뤄진 주요 자구계획 이행대금 유입(제주 세인트포CC 및 잔여 부지 매각 1041억원·동탄물류단지 A~B블록 옵션부대출 성사에 따른 미수채권 회수 630억원 등)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중국 천진법인 청산에 따른 투자금 268억원 회수,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동탄물류단지 매각 대금 1200억원 유입 등으로 차입금 상환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무구조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황덕규 실장은 "단기화된 차입금 만기 구조와 차입 규모에 비해 취약한 재무적 융통성은 부담 요인이지만, 추가 자금 확보 계획을 고려하면 점진적 재무안정성 지표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계열 내 경제적 중요성 및 한라홀딩스의 에니즈(세인트포CC 소유자) 인수와 같은 실질적 지원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의 계열 지원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라의 신용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수주잔액이 감소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2016년 신규수주(자제 분양 포함) 규모는 1조2289억원으로, 전년보다 20.0% 감소했으며 2017년 3분기 수주액 역시 전년동기와 비슷한 566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3분기 기준 수주잔액은 2조4729억원으로, 2016년 말에 비해 16.5% 감소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분기 신규수주가 매출액에 미치지 못하면서 3개 분기 연속 수주잔고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배곧신도시 등 주택사업 호조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신규수주가 부진한 것은 옥에 티"라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는 현대백화점, 만도, 현대해상화재보험 등 범현대가 관련 공사(연간 1000억~2000억원 안팎) 및 배곧신도시 서울대 캠퍼스 공사(도급액 4500억원) 등의 수주를 바탕으로 현 수준의 매출이 유지될 전망이다.

    하지만 배곧신도시 프로젝트 매출 인식이 종료되는 올해 이후에는 수주 부진에 따른 매출 실적 저하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선영귀 한기평 실장은 "신규수주 규모가 매출 규모를 하회하면서 수주잔고가 줄어들고 있다"며 "주택경기 하강 국면 진입, 정부 SOC예산 축소 등에 따른 국내 토목시장 경쟁 심화 등 비우수적인 사업 환경 하에서 신규수주가 크게 제고될 가능성이 낮은 점은 중장기 사업 안정성에 부담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한라 관계자는 "수익성 중심의 선별적 수주를 하다 보니 수주잔액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 같다"며 "올해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동시에 기획제안형 사업, 공모형 사업, 지주공동사업, 도시재생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수익성 중심의 민자 SOC사업 발굴에도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지난해와 같은 건실한 재무구조와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향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