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포털 역할, 라이브한 시장얘기 전달… '디벨로퍼' 성장 기대현산 유리한 정보 양산, 시장질서 훼손 가능성… 신뢰도 하락 우려
  • ▲ 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위치한 용산 현대아이파크몰 전경. ⓒ현대산업개발
    ▲ 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위치한 용산 현대아이파크몰 전경. ⓒ현대산업개발


    지난달 지주사 전환을 예고한 현대산업개발이 부동산시장 정보분석업체 '부동산114'를 인수하며 종합부동산회사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디벨로퍼 역량 강화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시장 공정성 위배 △부동산114 신뢰도 하락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호실적을 올린 현대산업개발은 '지주사체제 전환'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부동산114 인수를 공식화 하는 등 건설업 밸류체인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오는 10일 미래에셋금융그룹과 본계약을 통해 계열사인 아이콘트롤스와 약 8:2 비율(각각 513억원, 214억원)로 총 637억원에 부동산114를 인수한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부동산 빅데이터 및 부동산개발정보를 활용해 기존 사업을 강화하고, 부동산 관리·운용·금융서비스·부동산컨설팅·리폼 비즈니스 등 시너지 창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복안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사업다각화 추진은 이전부터 예견됐다. 정몽규 회장이 매년 신사업 확장을 강조해 왔고, 2018년도 정기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신규선임 된 김대철 사장 역시 현대산업개발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구축을 위한 핵심과제로 △혁신을 가속할 수 있는 경영프레임 변화 △독창적이고 지속가능한 포트폴리오 구축 △창조적 연결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성과창출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 등을 꼽았다.


    이어 "탄탄한 실적 아래 스스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체력이 갖춰진 지금이 변화의 적기"라면서 "창조적 연결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사업확대와 관련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에서 주택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의 물량이 필요하고, 그 지역의 거래량과 선호 평형 등을 파악하는 것"이라면서 "부동산114를 인수하면 이런 부분의 유추가 가능하고 사업을 진행하거나 수주 시 여러 기회가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건설사들은 내부 부서에서 정보를 수집하거나 외부업체에서 정보를 구입하기도 하는데 부동산114와 같이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면 좀 더 라이브한 시장의 얘기를 들을 수 있고, 디벨롭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은 주택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건설사 중 하나다. 최근 주택시장의 활황으로 대형사 대부분이 주택비중을 높였지만 해외사업·토목·플랜트 사업이 많은 대형사들은 상대적으로 디벨로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히 디벨로퍼 꿈 실현을 강조해온 현대산업개발이 부동산114와 같은 부동산정보업체를 인수한다면 디벨로퍼 역량 강화라는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사업성 부문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부동산114는 인수 후에도 독립경영체제로 지금처럼 운영될 것"이라면서 "시장상황을 고려해 강화해야할 부분이나 중요도가 떨어져 정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추후 검토를 통해 경영방향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산업개발의 부동산114 인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현대산업개발이 공신력 있는 민간 시장분석업체로 꼽히는 부동산114를 품어 자사에 유리한 정보를 양산해 시장 질서를 흐트릴 수 있고, 부동산114의 신뢰도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시장 분양·홍보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브랜드선호도나 주목 단지 등에 현대산업개발을 끼워넣을 수 있고, 현대산업개발 분양 지역을 의도적으로 띄울 수도 있다"면서 "통계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그 통계를 어떻게 끊어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부동산정보업체를 인수함으로써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부동산114가 정보업체 기능을 제대로 할 지 의문"이라면서 "합리적인 정보의 전달은 힘들어지면서 친 시장적인 쪽으로 성향이 변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실 부동산정보업체가 네이버 부동산 섹션이 생긴 이후로 수익이 좋지 않은데 현대산업개발이 높은 가격으로 부동산114를 인수한다고 해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부동산114가 제공하는 정보가 현대산업개발에 유리하게 가공될만한 아이템이 아니기 때문에 기우에 불과하다"면서 "건설사에 유리하게 시장정보를 통제하는 식의 친 시장적 업체로 면모할 가능성도 적다"고 말했다.


    또 "객관적으로 집계된 자료이고 우리 역시 중립성을 가지고 진행하는 정보가 필요하다. 가공한 정보는 우리에게도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