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아들 '이재용', 후계자 1인체제… 경쟁 불필요

세기의 재판?… 실체 없는 가공의 틀 '경영권 승계'

내달 5일 항소심 선고, '뇌물-청탁' 증거는 어디에…"너 같으면 그러겠니?"

윤진우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8.01.11 10: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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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공여, 횡령 등 5개 혐의로 구속수감된 상태다. ⓒ뉴데일리DB



국정농단에 휩쓸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내달 5일 열린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 5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53차례)과 항소심(17차례)을 거쳐 총 70차례의 공판이 진행됐다. 1심 재판부는 개별 사안에 대한 청탁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포괄적이고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기업은 피해자'라 선언한 헌법재판소의 의견과 대조되는 결과다.

해당 재판의 구조는 의외로 단순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씨가 대통령을 조정해 삼성으로부터 78억원을 지원받았다는 것이다. 공판은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비타나V·라우싱·살시도 등 마필 소유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공정위·금융위 특혜 ▲KEB하나은행 독일계좌 송금 등 다양한 쟁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러나 결국은 최씨의 부탁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댓가로 78억원을 지원받았느냐 여부로 유무죄가 결정된다. 다시 말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 60여개 계열사의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을 건네고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논리다.

재판은 형사범죄인 '뇌물혐의'를 다투고 있다. 형사소송은 민사소송과 달리 '범죄사실에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연성과 심증만으로 죄를 물을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는데, 과거 군사독재시절 자행한 정치재판에 대한 자기반성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


▲'[시사웹툰 - 윤서인의 조이라이드] '7조 자산가' 재드래곤이 70억 숨기려고 국외재산도피?????' 中 일부 내용. ⓒ윤서인 만화가



이 부회장에게 덧씌워진 혐의들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구속수감된 상황과 정황을 볼 때 혐의 중 상당 부분이 확인됐다는 평가와 증거 및 공판 과정 어디에서도 죄를 입증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맞섰다. 

이같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을 건네고 청탁을 할 이유가 있었는지'를 밝히는데 있다. 

구체적으로 ▲국정농단을 폭로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주장처럼 최씨의 자산이 3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고작 78억원을 받기 위해 대통령을 조정해 대기업을 협박했다는 주장이 합리적인지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대기업의 지원을 특혜라 단정할 근거가 있는지 ▲이건희 회장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외아들인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서두를 이유가 무엇인지 ▲개인자산만 7조원이 넘는 이 부회장이 78억원을 횡령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주장이 이성적인지 ▲수익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투자자의 60%가 외국인인 삼성이 투자자들을 속여가며 정치권에 도움을 구하는게 타당한지 등이 확인돼야 한다.

더욱이 '경영권' 또는 '경영권 승계'라는 개념이 모호한 상황에서 부정한 청탁의 결과물로 확정하는 건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부정한 청탁의 필요성과 존재여부에 대해 '특검이 승계와 승계작업을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단은 이 부회장이 무리한 승계작업을 할 이유가 없을 정도의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어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특검이 승계와 승계작업을 구분하지 못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했다.

▲'[시사웹툰 - 윤서인의 조이라이드] '7조 자산가' 재드래곤이 70억 숨기려고 국외재산도피?????' 中 일부 내용. ⓒ윤서인 만화가



특검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일어난 시점을 승계작업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같은 내용은 특검 수사의 밑그림을 그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과거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이 승진한 2012년 "(이 부회장의) 승계구도가 완료됐고 등기이사 선임만 남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부정한 청탁의 배경이자 목적이 되는 '경영권 승계'의 필요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를 전제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법조계를 중심으로 '형사법상 대가관계 없이 죄를 묻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저는 아버지처럼 셋째 아들도 아니고 외아들이다. 다른 기업과 달리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지 않았다"며 "회장님 와병 전후가 다르지 않습니다. 건방지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자신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제 실력과 노력으로 더 단단하고 강하고 가치 있게 삼성을 만들고 싶었다. 이는 전적으로 제 자신에게 달려있는 일이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대통령이 도와주면 제가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안 했다. 이것은 정말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이유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내가 하지 않는 일은 다른 사람도 하지 않는다. 모든 인간의 본성이 똑같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빚이 많은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가 좋은 부모를 만나 좋은 환경에서 윤택하게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와 다른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다고 주장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섣부른 판단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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