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매출 그대로인데 인건비만 상승"…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에도 반응 '시큰둥'
  • 뉴데일리 산업부 진범용 기자. ⓒ뉴데일리DB
    ▲ 뉴데일리 산업부 진범용 기자. ⓒ뉴데일리DB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편의점 업계의 토양이 흔들리고 있다. 임금 인상이 시행된 지 불과 열흘 남짓 지났다. 가맹점주들은 인력 고용을 줄이고 있으며, 폐점 점포까지 생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가맹점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기준 풀오토 매장의 평균 인건비는 월 580만원이다.  최저임금 6470원을 기준으로 주휴수당 및 4대 보험비를 포함한 수치다. 점주 수익은 월 150만원 전후로 파악된다.

    그러나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월 인건비는 675만원으로 증가하면서  점주 수익은 월 50만원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시급 8000원 인상이 유력한 2019년부터는 수익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해 12월 편의점 대표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순증 규모도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순증이란 개점 점포 수에서 폐점 점포 수를 뺀 수치다.

    지난해 12월 기준 CU는 44개, GS25는 25개, 세븐일레븐은 14개 순증하는 데 그쳤다. 직전년도 같은 기간 CU 100개, GS25 95개, 세븐일레븐 18개가 순증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사실상 반토막 난 수준이다.

    A사 편의점 개발팀들에 따르면 재계약을 하지 않고 문을 닫는 점포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며, 편의점 창업을 문의하는 연락 건수도 전년과 비교하면 30%가량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우려됐던 편의점 성장 둔화는 물론, 가맹점 붕괴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가맹점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말문이 막힌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건물 임대료나 공과금, 매출은 그대로인데 인건비만 10% 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임대료의 경우 임차 한 쪽에서 납부하게 되는데 편의점은 점주들의 임차가 더 높은 편이다.

    즉 수입은 같은데 지출만 증가한 것이다. 가맹점주들이 원하는 것은 인건비를 올렸다면, 그것에 맞게 수익성도 보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에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해당 정책에 지원 요건은 30인 미만 사업장·월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1달 이상 고용한 사업주다. 해당 근로자는 반드시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편의점의 특성상 20대 아르바이트생들이 많고 이들 대부분이 방학이나 휴학 중 단기 근무 하기 때문에 점주들은 4대 보험 가입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단기 근무자들 역시 4대 보험에 가입하면 받는 금액이 적어질 수밖에 없어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시간 당 같은 7530원을 지급해도 4대 보험이 적용되면 월급이 10만원가량 줄어들기 때문이다.

    편의점을 창업하는 점주들 대다수 연령대가 40~5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재취업하는 것도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점주들에게 어떻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그중 50대 가맹점주들의 속내가 담긴 말들이 귀에 맴돈다.

    A씨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최저임금도 못 지킬 꺼면 장사하지 말라고. 우리는 대기업처럼 한 달에 몇십억씩 벌어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한달에 180만원 가져가는데 임대료는 같고 인건비만 올라갔습니다. 600만 자영업자를 전부 죽일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B씨 "대기업을 잡겠다는 게 文정부 취지 아닌가요? 근데 대기업 다니는 사람 중 최저임금을 못 받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사실상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인 저희를 죽이겠다는 겁니다. 20살인 아들이 아르바이트 시급이 오르고 가장인 제가 가게 문을 닫으면 이게 서민을 위한 정책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