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계열사는 확정적 이익을 실현, 현대상선은 고통스러운 피해 입어"
  • 현대상선 장진석 준법경영실장(전무)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 본사에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과 전직 임원 등 5명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힌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 현대상선 장진석 준법경영실장(전무)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 본사에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과 전직 임원 등 5명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힌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현대상선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5인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배경에 대해 "현대로지스틱스 5년 독점 계약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장진석 현대상선 준법경영실장(전무)은 16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본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대상선은 자율협약 단계에서 비용절감을 목표로 부당하게 체결된 계약이 없는지 검사하는 과정에서 현대로지스틱스 매각과 관련된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전무는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후순위 투자, 영업이익 보장 외에도 15건의 계약 조건이 있었다"며 "원래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결의 내용 범위에서 벗어나는 계약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상선은 유창근 사장이 취임한 해인 2016년 말부터 채권단 실사를 하면서 악성 계약들을 검토했다"며 "해당 건 매각과 관련해 경제적 효과들이 발생한 것은 그 이후 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상선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그룹 전직 임원 등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1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현 회장이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해 현대상선에 1094억원 규모의 후순위 투자를 실시토록 지시했으며, 영업이익을 보장(연 162억원)하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있다. 

이후 현대로지스틱스가 약정된 에비타(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수준을 달성하지 못해 후순위 투자금액 전액이 상각되는 등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측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관련 계약을 통해 실제로 아무런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했고, 현대그룹 쪽으로 이익이 귀속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계약체결로 회사가 입게 될 구체적인 피해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장 전무는 "현대상선은 이 계약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아직도 피해를 입고 있다"며 "현대그룹 계열사는 확정적 이익을 실현했고, 현대상선은 고통스러운 계약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현대상선 측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후순위 투자를 먼저 제안한 곳을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로 지목했다. 장 전무는 "중요한 의사결정은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를 통해서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그렇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 관련해서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과거 채권단 실사 과정에서도 현대로지스틱스와의 계약체결이 회사 운영에 부담이 되니 해소하라는 결과를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장 전무는 추가 고소 여부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의심스러운 거래가 있다면 검찰의 수사 과정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사안을 공론화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와 관계된 여러 이해관계인들에게 본건과 관련된 고소 사건이 있다는 것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밝히고 진행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신중한 태도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선 입장을 내기 어렵다"며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