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추미애 당 대표 등 보유세 인상 도입 필요성 언급급격한 보유세 인상, 조세저항·세입자 전가·양극화 심화 등 우려
  • ▲ 자료사진. 서울 강남권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 자료사진. 서울 강남권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마지막 카드 '보유세 인상'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앞서 수차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도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신중론을 견지했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른 대책들과 함께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땅'보다 '땀'이 보상받는 사회가 우리가 갈 방향"이라며 보유세 강화와 임대차 제도 개선 등 '지대(地代)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 11월 관련 토론회를 열어 보유세 강화 논의에 불을 댕긴 바 있다.

    추미애 대표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한편,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며 "조만간 당 차원의 구체적인 지대 개혁 로드맵과 세제 및 임대차 개혁 방안을 마련해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집 한 채 가진 분들은 걱정 마시라"고 덧붙였다.

    김동연 부총리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은 보유세가 거래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다주택분들의 과세 형평 문제에서 보유세를 올려야겠다는 면에서 타당성이 있다. 거래세와 관계라든지,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과세형평 문제로 봐서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 경우 지난해 9월까지만 하더라도 보유세 인상에 부정적이었으나, 연말 '2018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보유세 조정 방침을 공식화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추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면밀한 조사로 징세를 강화해야 하고 필요시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며 여당이 보유세 강화 몰이를 하자 김 부총리는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시장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자 생각에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미국 방문 중 언론에 "시장이 굉장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 보유세 인상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후 정부 차원의 보유세 관련 발언 수위는 더 높아졌다. 지난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유세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이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면서 경기도와 3.3㎡당 가격 차이가 역대 최고 수준인 두 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부동산114 시세 분석 결과 1월 현재 서울 아파트값은 3.3㎡당 2179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도의 3.3㎡당 1058만원에 비해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서울과 경기도의 아파트값은 주택경기가 불황이던 2013년 말에는 각각 3.3㎡당 1627만원·902만원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경기도의 1.8배 수준이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이 3.3㎡당 2110만원으로, 경기도 1053만원의 두 배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8·2대책 발표 한 달 뒤인 9월 이후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1월 현재 두 지역 아파트값 격차가 두 배 넘게 벌어진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8500만원으로, 경기도 3억2315만원의 2.12배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이면 경기도 아파트 두 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서울 25개구의 3.3㎡당 시세는 일제히 과거 2006~2007년의 고점을 넘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서울 집값도 내리막을 걸었지만, 2015년 3월 성동구를 시작으로 속속 전고점을 회복했다. 지난해 상반기 용산구와 송파구가 전고점을 넘어선 데 이어 노원·강동·도봉·양천구가 지난해 말 마지막으로 전고점을 경신하면서 서울 25개구가 모두 역대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3.3㎡당 4210만원으로 2007년 1월 전고점 3572만원에 비해 17.9%가량 올랐고, 송파구는 전고점인 2007년 1월 2641만원보다 13% 상승하면서 올 들어 처음 3.3㎡당 3000만원을 돌파했다.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투기 대책이라던 8·2대책을 비롯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잇단 대책 발표에도 약발은커녕 또 다른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자 보유세 인상 필요성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급격한 보유세 인상은 조세저항과 주택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어 취득세 인하 등과 병행하며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보유세 인상분이 애꿎은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집주인들이 인상된 보유세 만큼 전셋값을 올릴 것으로 보여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상한제 등 세입자 보호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이미 높아진 집값을 부담하지 못해 계속 세입자로 살아가야 하는 서민들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상한제를 최소한의 보호 대책으로 깔아줘야 한다"며 "그래야 임대인들에게 오는 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을 높일 경우 오른 세금만큼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세제는 미칠 수 있는 파장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임차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시장에 대한 큰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진행하면서도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줘 주택 수요자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시장 여건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보유세는 거래가 일어날 때만 부과되는 거래세와 달리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부과된다는 점에서 거래세와 다르다"며 "보유세에 부담을 느끼거나 납부하지 못하는 이들 일부는 결국 보유하고 있는 집을 팔고 다른 주거 취약계층으로 이전할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급하게 매물로 나오는 주택의 경우 임대수익 등을 노리는 자본력이 큰 계층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있어 주거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양극화를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유세가 부담스럽게 되면 주택 구매자들은 주택을 구매하지 않고 임차인으로 남을 확률이 있어 전월세 가격 상승과 함께 주택시장 침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