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탁기, 우리 산업 파괴"… "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 높아져"내달 2일 최종 결정… "현명한 판단 기대 속 다양한 시나리오 준비 중"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여부를 놓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해 한때 좋은 일자리를 만들던 우리의 산업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세이프가드 발동이 기정사실화됐다는 우려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2일까지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백악관에 제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의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며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적 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중국에 대규모 벌금을 물릴 예정"이라며 "단지 중국만이 아니다. 중국은 단지 가장 큰 나라일 뿐이며 모두가 해당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국내 가전업계를 중심으로 보다 강력한 세이프가드 시행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직접적인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경우의 수에 따른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송대현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사장은 지난 18일 열린 신형 에어컨 발표회에서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고 있어서 덤핑을 할 여지가 없고 실제로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비해 (덤핑규제를) 많이 하고 있어서 덤핑 가능성은 없다"며 "내부적으로 상황 발생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어떤 상황이 생겨도 우리 고객들에게는 제품공급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북미 뉴스룸을 통해 '세이프가드 조치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ITC가 제출한 권고안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 중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수출 물량에 대해 첫해에 50%, 2년째 45%, 3년째에는 4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더욱이 특정 부품 5만개 초과 물량에 대해서도 50%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돼 수많은 우려와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한편 양사는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가전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긴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신규 가전공장의 출하식을 갖고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LG전자도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세탁기 공장의 가동 시점을 내년 2월에서 올 4분기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