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가파른 하락세에 미국 달러화 투자 몰려은행 외화예금 160억만 달러…전년比 58억만 달러↑
  • 은행권 예·적금 금리가 2%대 수준으로 비슷해지면서 원화보다는 달러화 투자를 위한 외화예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수 년 만에 저금리 기조가 깨지고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의 도래로 금융 체질도 변화하는 모습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거주 개인들이 보유한 외국환은행 외화예금은 전년 대비 58억5000만 달러 증가한 160억 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외국환은행 전체 거주자외화예금 잔액 830억3000만 달러 중 19.4%가 개인의 몫인 셈이다. 2015년까지 10% 안팎에 불과했던 개인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달러를 싼값에 구매하는 환테크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해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세가 지속하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짐에 따라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 1145원, 10월 1120원, 11월 1088원, 12월 1071원까지 뚝뚝 떨어지다가 전날보다 5.6원 내린 1065.1원(18일 기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15년 4월 29일(1068.6원) 이후 연신 최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0월부터 환율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데, 쏠림현상으로 짧은 기간에 하락 폭이 컸다"며 "북한 리스크에 대한 시장 우려 완화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달러 약세, 빨라지는 국내 경기 성장세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원화 예·적금의 매력이 떨어진 것도 외화예금으로 수요가 몰린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1.50%로 전격 상향하면서 1%대에 그쳤던 은행 예·적금 금리가 2%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그동안 최저금리 시대가 길어지면서 목돈 마련이라는 가입 취지가 무색해졌고, 2%대 금리는 금융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했다.

실제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32조2131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5920억원 줄었다. 

특히 외화예금 중 엔화 및 유로화보다 달러화예금 증가가 한몫했다.

국내 개인 외화예금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달러화예금은 지난해 말 기준 131억 9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미래 투자를 위해 달러화를 사들이는 금융소비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외화예금에 대한 환테크 인기가 날로 치솟는 모습이다. 

환테크족뿐만 아니라 유학자금이나 해외여행 경비 등을 위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달러가 쌀 때 사들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외화예금도 일반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처럼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가능하고, 환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올해에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목돈 모으기보단 목돈 굴리기에, 원화보단 주요국 통화 투자 가치가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은 내국인,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등이 국내 시중은행이나 국내 외국은행 지점에 맡긴 예금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