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 속 美, 내달초 세이프가드 최종 결정… 수출전선 '적신호'2월 5일 이재용 항소심 선고공판... "경영공백 장기화 '초긴장'"


  • 국내 재계 서열 1위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이른바 '2월 위기설'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다음달 초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 여부와 더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 등 대내외적으로 굵직한 이슈들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50조원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당면한 이슈들의 결과에 따라 올해 경영환경에 막대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돼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美 세이프가드' 긴장속 예의주시… 현지 생산 '전력투구'

    22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시행 여부와 수위 결정을 내달 2일(현지시간) 내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3년간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한국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전달한 데 따른 조치다.

    삼성전자는 애드워시, 플렉스워시 등 프리미엄 제품군을 필두로 지난해 북미 가정용 세탁기 시장에서 약 17.1%(3분기 누계)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지난 2014년(10%)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월풀의 경우 2014년 41%였던 점유율이 지난해 37.7%까지 지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해 5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저가 공세로 미국 제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ITC에 세이프가드 청원서를 제출했다. 최근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의 산업을 파괴하고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며 세이프가드 시행 의지를 내비치기도 해 적지 않은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표명은 자제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비해 현지 공장을 조기 가동하는 전략을 택하며 미국 정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12일에는 세이프가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신규 가전공장의 출하식을 갖고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당초 목표했던 3월보다 가동시기를 약 2개월 앞당긴 것으로 현지 생산량 확대를 통해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장은 미국에서 운영하지만 팔 수 있는 제품들을 모두 현지에서 공급할 지 아직까지 확실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지금의 상황은 저희한테 매우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 국가들의 경우 사업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선고 남은 '세기의 재판'… 삼성號 운명은?

    다음달 5일에는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리스크가 잇따라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유무죄와 형량에 회사 안팎의 관심이 쏠려있는 상태다.

    특검 측은 지난달 2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1심에서와 동일하게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특히 구형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른 독대(2014년 9월 12일)의 존재를 주장하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논란을 빚었다.

    또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및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에 대해선 각각 단순 뇌물공여 혐의와 제3자 뇌물 혐의를 예비로 추가하는 등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마필 소유권과 관련해서도 삼성과 최씨간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쳐왔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최씨의 증언에 의해 힘을 잃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모습이다.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의 무죄 또는 집행유예 선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1심과 같이 정치적 영향 등이 선고 결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대규모 M&A(인수합병)을 비롯 사업별 신규 투자, 인사 등에 차질을 빚고 있어 사업환경 악화에 대한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올해 CES에서도 소니, 퀄컴, 엔비디아, 화웨이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CEO들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지만, 최첨단 기술로 찬사를 받은 삼성은 이 부회장의 부재 속에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매년 수많은 위기설이 거론돼 왔지만, 이번엔 향후 사업 및 경영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이슈들이 예고된 상황"이라며 "특히 이 부회장의 항소심 결과는 단순히 회사 차원의 문제를 넘어 경제 전반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위기설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