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인증인정기관 규제안 또 반발 불러
  • ▲ 작년 8월 김상곤 부총리 견 교육부 장관 취임 후 교육부가 내놓은 교육정책들이 잡음만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데일리DB
    ▲ 작년 8월 김상곤 부총리 견 교육부 장관 취임 후 교육부가 내놓은 교육정책들이 잡음만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데일리DB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이 잇따라 반대 여론에 휩싸이면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을 위한 방향보다는 교육 현장의 혼란만 부추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체제가 시작된 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도입,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 및 자율형사립고 폐지를 강조하던 교육부는 반발이 심화되자 슬그머니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새 교육정책에 대한 우려가 나온 상황에서도 교육부는 교장공모제,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평가·인증 인정기관 규정 등을 내놓으면서 아예 반발만 일으키는 형국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유아 교육 혁신 방안'을 발표한 교육부는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영어 교육을 금지하는 방안을 담았고, 이에 따른 누리과정 개선 방향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어린이집·유치원에서의 영어수업이 금지될 경우 결국 사교육에 의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영어교육기업 윤선생이 학부모 4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8.9%는 영어수업 금지 시 영어 사교육을 진행하겠다고 응답했다.

    유아영어 사교육 우려가 확대되자 교육부는 최근 의견수렴 등을 통해 내년 초까지 관련 운영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책을 내놓고 반발이 이어지면 슬그머니 물러서는 모습을 재차 보여준 것이다.

    교육부는 작년 8월 발표 예정이었던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확정을 연기했다. 수능 전체 또는 일부 과목 절대평가 도입을 선택하겠다는 교육부 계획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자 2015 개정 교육과정을 2022학년도 수능에 적용하겠다며 1년 유예를 결정했다.

    당시 김상곤 부총리는 "미래 사회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학생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이 반영된 교육개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내놓은 유아 조기 영어교육에 대한 기준 마련 계획에서 교육부는 '미래사회에 부합하는 인재양성'에 대한 부분을 담았다.

    수능과 유아 영어교육 정책으로 잡음이 이어진 뒤에야 '미래사회'와 '인재양성'을 강조하며 1년 더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를 강조하던 김상곤 부총리는 여론 반발이 확산되자 일반고 동시선발로 기존 입장을 달리했다.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교육계 반발로도 이어졌다.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개정안을 지난달 말 교육부가 입법예고하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교장공모제 투명성 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개정안에는 기존 자율학교 또는 자율형 공립고 중 신청학교의 15%로 제한한 무자격 공모제를 삭제하고, 전면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한국교총은 특정 세력의 코드 인사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지적했다.

    무자격 교장공모제 철회를 촉구한 교총은 교사 16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약 81%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했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교총 관계자는 22일 "매일 교육부 앞에서 교장공모제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교장공모제는 특정세력을 밀어주는 것이다. 학교에 집중하지 않았던 이들이 교장 업무를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지 싶다"고 힐난했다.

    최근 △한국대학평가원 △한국간호교육평가원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 △한국경영교육인증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등 고등교육 평가·인증 인정기관 8곳은 고등교육평가·인증인정기관협의회를 구성, 교육부 규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지난달 초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에서는 현행 인정기관에 대한 지도·점검 등의 상위 법령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고 이들 기관들은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협의회는 "현재 고시에 시정명령 등 사항을 구비하고 있지만 상위 법령을 마련하는 것은 인정기관의 독립성 등을 저해하는 조치"라며 의견수렴을 촉구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급하게 성과를 내려다보니깐, 잡음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롭게 내놓은 정책에 대한 부분이 논란이 됐다면 수정하고, 바꾸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정책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빨리 하려다 보면 오류가 나오게 된다. 교육부가 논란이 되는 교육정책를, 미래세대를 위한 부분으로만 갖다 붙이려고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