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고용 피하려는 꼼수 지적
  • 고속도로 요금소.ⓒ연합뉴스
    ▲ 고속도로 요금소.ⓒ연합뉴스

    2020년 고속도로 스마트톨링(자동요금 징수)이 전면 시행돼도 톨게이트(요금소) 1개 차로는 수납원을 두어 현행대로 운영한다.

    요금소 직원 정규직화를 고민하는 한국도로공사는 수납원 직접고용을 피하려고 노사협의 과정에서 이런 방침을 일부러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강래 사장 "휴게소 등 전환 배치"… 수납원 "장애인 직원도 있어 안 돼"

    22일 요금소 직원 등에 따르면 도로공사와 근로자 대표가 지난해 11월부터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요금소 직원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달 17일까지 총 3차례 회의가 열렸다.

    근로자대표는 현재 요금소 직원 전원을 도공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도공은 스마트톨링 도입과 관련해 상당한 규모의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태도다.

    국토교통부와 도공은 통행권을 뽑을 필요 없이 카메라 영상으로 자동차 번호를 인식해 요금을 자동 징수하는 스마트톨링을 오는 2020년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도공은 이를 위해 내년까지 하이패스 보급률을 90%까지 끌어 올리고 나머지는 스마트톨링을 접목해 고속도로 요금소 무인화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요금소 직원의 정규직화에 최대 변수로 꼽힌다.

    도공이 100% 외주화한 요금소 직원 규모는 현재 6718명이다. 스마트톨링 전면 시행 후 영상보정(번호판 식별) 등의 업무로 요금소에 남을 인력은 2000명쯤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무인화 시스템에 일거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강래 도공 사장은 최근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무인화 시스템으로 사실상 일자리를 잃는 요금소 직원 일부를 휴게소 등에 전환 배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 요금소 직원은 "도공은 인력을 전환 배치한다지만, 무인수납기 사례를 봐도 설치 이후 계약만료나 대책이 없어 사실상 쫓겨난 직원이 있다"며 "현재 수납원의 평균 나이가 많고 몸이 불편한 사례도 적잖아 (휴게소로 전환 배치해도) 서서 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국토부 "전면 시행, 100% 무인화 의미 아냐"… 수납원 "도공, 직접고용 피하려 은폐"

    국토부는 스마트톨링과 관련해 2020년 전면 시행해도 요금소 1개 차로는 수납원을 두어 현행대로 운영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스마트톨링을 전면 시행하더라도 100% 무인화는 아니다"며 "국토부는 2015년부터 요금소에 1개의 현금수납차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2007년 도입한 하이패스도 아직 보급률이 80%에 못 미친다"면서 "외국 사례를 봐도 운영상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요금소 직원 (고용)문제도 있다"고 부연했다.

    1개 현금수납차로를 운영하면 교대 인원 포함 최소 15명이 필요하다. 국토부 설명대로면 요금소 직원의 고용불안을 상당 부분 불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도공은 그동안 이런 내용을 근로자대표 측에 일절 설명하지 않아 은폐 의혹을 사고 있다.

    민주연합노조 박순향 서산톨게이트지회장은 "최근 열린 2차 협의회에서 스마트톨링 시행 이후에도 1개 차로를 남겨두는 방안을 물었는데 도공은 여건상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며 "스마트톨링이 시행되면 요금소 직원의 대량 감원은 피할 수 없다는 게 도공의 설명이었다"고 전했다.

    박 지회장은 "도공은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도 스마트톨링으로 줄어드는 인력 문제를 먼저 매듭짓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견해"라며 "그동안 3차례 전체회의와 1차례 실무회의를 열었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도공이 요금소 직원들에게 1개 현금수납차로 유지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직접고용을 피하려는 꼼수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공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에 반해 요금소 직원의 정규직화 문제를 모른 채 할 수 없고 대법원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판결도 예정된 상황이다. 법원은 1심과 항고심에서 요금소 직원의 손을 들어줬다.

    직접고용보다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도공으로선 1개 차로 유지 방침을 알려 협상을 불리하게 끌고 갈 필요가 없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노동계 일각에선 예상보다 대법원 판결이 늦어지는 배경에 도공이 노사협의체를 꾸려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상황도 고려됐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박 지회장은 "1개 차로 유지 방침은 요금소 직원에게는 상당한 희소식이지만, (무인화로 요금소를 없애려는) 도공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직접고용 논의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숨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