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확정
  • ▲ 음주운전.ⓒ연합뉴스
    ▲ 음주운전.ⓒ연합뉴스

    "(혈중알코올농도) 0.05%면 (소주) 한두 잔입니까?"

    지난 22일 김정렬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정부 종합대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김 실장은 "옛날엔 (한두 잔 마신 후) 경찰한테 혈중알코올농도를 재달라고도 했었다"고 했다. 모두 음주 후 운전 가능성을 전제로 한 말이다.

    동석한 누군가가 답했다. "사람마다 다르다. 한 잔이라도 마셨으면 운전하지 말아야죠."

    국토부와 경찰청은 음주운전을 뿌리 뽑기 위해 처벌규정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단속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를 0.05%에서 0.03%로 낮추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상습 음주 운전자는 2020년까지 술을 마시면 차량 시동을 제한하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한다. 택시 운전자는 연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음주하고 운전하다 걸리면 자격을 취소한다.

    정부는 이 밖에도 도심 제한속도를 현행 시속 60㎞ 이하에서 50㎞ 이하로 내리는 등 '교통안전 종합대책'에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김 실장은 "1991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만3429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후 감소 추세다. 정부가 무인단속카메라 도입, 안전띠 착용 의무화 등을 통해 다잡았을 때 확 줄었다"며 "중간에 총리실이 주관하던 교통사고 줄이기 운동을 국토부가 맡았을 때 다시 늘었다. 이번에 대통령 지시사항이 됐으니 쉽지 않은 목표지만 달성 가능하리라 본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도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어서 교통안전 의식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옥죄면 사망자 수가 줄었다가 단속이 느슨해지면 다시 늘어나는 요요현상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실장 말실수처럼 '한 잔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그 자체만으로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김 실장도 "내년까지 제도 정비를 마치면 이를 토대로 전방위적인 홍보와 교육을 진행해 국민의 교통안전 의식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에서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는 아파트 단지 내 사고감축 대책이 빠져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은 것도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설명으로는 공단에서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를 줄이려고 무상 안전점검 서비스를 벌이고 있지만, 입주민들이 사고 소식이 알려지면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며 쉬쉬하고 있어 기본적인 통계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 실장은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는 도로가 아니다. 공원 내 주차장 포함 아파트 단지 내 일부는 주차장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방안에는 없지만, 문제 인식은 하고 있고 도시광역교통과에서 연구 중이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23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교통안전 △산업재해 △자살 등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보고, 확정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이들 3대 지표의 개선을 지시한 바 있다.

  • ▲ 회의 주재하는 문대통령.ⓒ연합뉴스
    ▲ 회의 주재하는 문대통령.ⓒ연합뉴스

    정부는 우선 교통사고 사망자를 2022년까지 2000명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도심 속도제한을 시속 50㎞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도로여건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탄력적으로 시행한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이면도로는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해 통행 우선권을 준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중이 40%고 보행사망 사고의 52%가 이면도로에서 발생한다는 통계에 따른 조처다.

    앞으로는 보행자가 건널목을 지날 때뿐만 아니라 건너려고 할 때도 운전자는 일시 정지해야 한다.

    굴절도로 등 도로설계 기준을 마련해 차량이 자연스럽게 속도를 낮추도록 유도한다.

    고령화와 관련해선 노인 보호구역을 2000곳으로 2배 늘리고, 노인 보호구역 내 사고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대상에서 제외한다. 75세 이상 노인의 면허갱신주기는 5년에서 3년으로 줄인다.

    1·2종 운전면허 학과시험 합격 기준은 80점으로 통일해 높인다.

    화물차 차령제도, 화물차 안전운송운임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국토부는 운송운임이 1% 오르면 사고 가능성이 0.72% 줄 것으로 기대한다.

    화물·버스 등 대형차량에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등 첨단안전장치 장착을 확대한다.

  • ▲ 산재.ⓒ연합뉴스
    ▲ 산재.ⓒ연합뉴스

    산재사고 사망자 수는 2016년 969명이던 것을 2022년까지 500명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발주자에게 공사단계별 안전관리 의무를 주고, 원청이 책임지는 하청 노동자 안전관리 장소를 현재 22개 위험장소에서 원청이 관리하는 모든 장소로 확대한다.

    노동자가 작업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요건도 구체화해 실효성을 높인다.

    산재 사망사고의 65%(631명)를 차지하는 건설, 조선·화학, 금속·기계제조 분야는 집중 관리한다. 이동식 크레인 등 건설기계·장비는 후방 확인장치 등의 설치를 의무화한다. 안전검사를 받지 않으면 내는 과태료도 500만원으로 10배 강화한다.

    매년 사망사고를 20% 줄이는 목표관리제를 50대 건설사에서 100대 건설사로 확대 시행한다.

    조선업은 오는 3월 국민 참여 사고조사위원회의 구조적·기술적 요인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반영해 하반기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한다.

    안전 우수기관은 산재보험료 인하 등 혜택을 확대하고 안전관리 부실기업은 벌금 가중 등 제재를 강화한다.

    위험 요인에 대한 표적 감독을 위해 산업안전 감독관을 561명으로 113명 증원한다.

    안전체험교육장을 2020년까지 10개소로 2배 확충하고, 매년 가상현실(VR) 콘텐츠를 205종씩 개발한다.
    매월 4·24일을 '점검의 날'로 정해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캠페인도 벌인다.

  • ▲ 우울증.ⓒ연합뉴스
    ▲ 우울증.ⓒ연합뉴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22년까지 17.0명으로 낮춘다. 2016년 현재는 25.6명으로, 2013년부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먼저 지난 5년간(2012~2016) 발생한 자살자 7만명을 전수조사해 원인과 유형, 지역별 특성, 고위험군 발굴체계 등을 분석하기로 했다.

    국가건강검진 중 우울증 검진을 40·66세 선별 검진에서 40·50·60·70세 전체로 확대해 위험군을 발굴한다.

    종교기관·시민단체와 협력해 지역사회 중심으로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 100만명도 양성한다.

    찾아가는 '마음 건강버스' 운영 등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을 높인다.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도 지난해 42개소에서 올해 52개소로 늘린다.

    또한 직업별·나이별 자살 예방 정책을 추진하고, 민관합동 생명존중·자살예방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생명존중문화 등을 조성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