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 항소심 선고, 이재용 운명 열흘뒤 결정특검, "위법한 승계 정경유착"…변호인단, "실체 없는 가공의 틀"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내달 5일 열린다. 이 부회장은  ▲단순공여 및 제3자 뇌물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등의 5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실형 5년을 선고하면서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을 포괄적 현안으로 인식해 묵시적 청탁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지만 독대와 경영권승계를 묵시적 청탁의 근거로 인식한 것이다. 항소심은 독대와 승계작업을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이에 핵심증인들의 증언을 통해 독대와 경영권승계에 대한 항소심 결과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내달 5일 열린다.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내달 5일 열린다. ⓒ뉴데일리DB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저는 아버지처럼 셋째 아들이 아닌 외아들이다. 다른 기업과 달리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회장님 와병 전후가 다르지 않다. 건방지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자신도 있었다"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청탁 여부를 부인했다.

하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박 특검은 항소심 결심공판 의견진술에서 "이 법정은 재벌의 위법한 경영권 승계에 경종을 울리고 재벌 총수와 정치권력 간의 검은 거래를 뇌물죄로 단죄하기 위한 자리"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4차례의 독대와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등을 경영권 승계를 청탁하기 위한 대가로 판단한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으로 쓰러진 2014년 5월부터 본격적인 승계작업이 시작됐다고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 바람과 이건희 회장의 유고 가능성이 더해지면서 정경유착의 고리가 형성됐다는 논리다.

양측의 주장은 첨예하게 맞섰다. 구체적인 증거나 결정적 증언이 없는 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혐의는 부인하면서도 현안을 공유하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다.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가 경영권 승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해당 재판은 뇌물공여 혐의를 다루는 형사재판이다. 개연성과 심증에 무게를 두는 민사소송과 달리 '범죄사실을 입증할 명백하고 구체적인 증명'이 요구된다. 증거우선주의, 공판중심주의, 무죄추정의 원칙이 강조되는 이유도 형사소송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1심(53차례)과 항소심(17차례)을 통해 수 차례 다뤄졌다. 독대, 국민연금 합병 찬성 의결권,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등 모든 쟁점의 배경으로 경영권 승계가 언급된 셈이다. 특검은 경영권 승계에 대해 '정경유착의 이유'라 주장했지만, 변호인단은 '실체 없는 가공의 틀'이라 맞섰다. 핵심증인들의 증언도 갈렸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180도 다른 해석이 나왔다. 

특검 수사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영권 승계를 주장한 대표적 인물이다. 1심 39차 공판에 출석한 김 위원장은 "삼성물산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절차라는 사실은 우리 국민 모두가 아는 팩트"라며 "그걸 부정하는게 삼성이나 이재용 부회장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삼성의 법무팀장으로 양심선언을 했던 김용철 변호사도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증거를 요구하면 제출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국 모든 증언이 김 위원장 개인 생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1심 17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팀장 역시 경영권 승계를 주장했다. 윤 팀장은 국민연금이 요청한 삼성물산 합병건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로 '합병은 사업 시너지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보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결과'라 분석해 특검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사용된 보유지분과 비중, 자산가치 등에 허점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이밖에도 조영준 일성신약 채권관리팀장, 김정주 금융위원회 사무관 등이 경영권 승계를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반면 경영권 승계를 부인하는 증언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말씀자료를 작성한 이영상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대표적이다. 이 전 행정관은 1심 44차 공판에 나와 "말씀자료에 경영권 승계를 언급한 건 많은 언론에서 경영권 승계를 언급해 자연스럽게 반영한 것일 뿐"이라며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대통령을 포함한 윗선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대통령 말씀 자료에 경영권 승계의 개별적 현안 지원이 기재돼 있다고 주장한 특검의 주장을 탄핵할 수 있는 내용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역시 경영권 승계와 청와대 개입설을 전면 부인했다. 특검은 경영권 승계를 입증할 중요한 증거로 안종범 수첩을 제시한 바 있어 안 전 수석의 증언은 힘을 갖는다. 안 전 수석은 "독대는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고 협조를 구하는 관례적인 자리일 뿐 민원을 해결하고 대가를 받는 자리가 아니다"며 "대통령으로부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나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내용을 들은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의 증언은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40년을 삼성맨으로 살아온 최 전 실장은 "경영권 승계를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만큼 회장 유고시 자연스럽게 승계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거나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