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마존 '에코' vs 구글 '구글홈' 격돌… 플랫폼 전쟁 본격화국내 AI 스피커 보급률 미미, 음성만 활용한 마케팅 한계 토로
  • AI 스피커 '구글홈' ⓒ뉴데일리DB
    ▲ AI 스피커 '구글홈' ⓒ뉴데일리DB


    해외에서는 인공지능(AI) 스피커를 광고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지만 국내 광고업계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아직 AI 스피커가 모바일만큼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AI 스피커는 스마트워치, 자율주행차와 함께 유력한 '포스트 모바일'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해외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AI 스피커를 활용한 마케팅에 대비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AI 스피커가 소비자의 관심과 선호에 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광고·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 브랜드 관리자들이 예상하는 2년 후 가장 많이 사용될 기술. ⓒ크리테오·칸타 밀워드 브라운
    ▲ 브랜드 관리자들이 예상하는 2년 후 가장 많이 사용될 기술. ⓒ크리테오·칸타 밀워드 브라운


    글로벌 애드테크업체 크리테오(Criteo)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칸타 밀워드 브라운(Kantar Millward Brown)이 발표한 '과도기의 트레이드 마케팅 보고서'에 따르면 브랜드 관리자들은 AI 스피커와 AI 비서가 2년 후 가장 많이 사용될 기술이라고 예견했다.

    마사타카 요시카와 하쿠호도 DY 미디어파트너즈 미디어환경 연구소장은 지난 12일 광고전문지 '캠페인 재팬'에 기고한 글을 통해 "(AI 스피커가) 광고 비즈니스에 틀림없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AI 스피커가 소비자 행동을 유발하는 새로운 미디어 영역을 출현시키면서 광고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아마존은 자사의 AI 스피커 '에코'의 AI 비서인 '알렉사'를 소비자의 친한 친구처럼 만들어 광고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8'에서 드러낸 바 있다. CES 2018에서 마크 휘튼(Marc Whitten) 아마존 파이어 TV 부사장은 "알렉사가 특정 제품이나 콘텐츠와 관련해 고유의 의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KT 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의 '아마존, 알렉사를 인플루언서로 활용하나'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의 궁극적인 목표는 '알렉사'를 소비자의 친한 지인으로 만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로에 대해 점점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가족이나 친구처럼 만들기 위해 초기 주도권을 확보하는 게 아마존의 목적이라는 것.

    아마존과 구글의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은 각각 67%, 25%를 차지한다. 아마존의 독주를 막기 위해 구글도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CES 2018'에서 자사의 AI 스피커 '구글홈'의 호출어인 '헤이 구글'을 내세우며, 아마존의 '알렉사'와의 플랫폼 전쟁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구글 부스에는 '알렉사'의 대항마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된 제품들을 야심차게 선보였다.

    아울러 북미에서는 이미 버거킹과 구글홈의 음성 인식 연계 광고, 코카콜라의 '마시는 광고(Drinkable Advertising)' 등 AI 스피커를 활용해 실험적인 광고를 내보였다.

    이처럼 해외에서 AI 스피커를 활용한 마케팅에 고심하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 광고업계에서는 AI 스피커 마케팅에 대비한 움직임이 거의 포착되지 않고 있다. 종합 광고대행사는 물론, 디지털 광고대행사 조차 AI 스피커 마케팅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91%에 달하는 스마트폰 보급률에 비해 국내 AI 스피커 보급률이 미미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 디지털 광고업계 관계자는 "AI 스피커를 활용한 광고·마케팅은 시기상조"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AI 스피커 보급률이 상당히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SK텔레콤이 '누구'를 출시하며 AI 스피커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현재는 KT와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까지 합류한 상태다. 그러나 SK텔레콤 '누구' 가입자는 30여만명, KT 기가지니 가입자는 50만명 등에 불과하다. 국내 AI 스피커 사용 인구 자체가 해외에 비해 턱없이 적은 셈이다.

    또 다른 디지털 광고업계 관계자는 "AI 스피커는 음성만을 활용하기 때문에 (광고·마케팅에 활용하기엔)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광고업계에서도 '포스트 모바일'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