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승마-가출-출산' 관여 등 최씨 대리인 역할 도맡아 와""위증 의혹 및 승마지원 총지휘 불구 현재까지 조사 조차 이뤄지지 않아"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내달 5일 열린다. 해당 재판은 70여 명의 증인이 출석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다. 증인들은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했다. 하지만 일부 증인에 대한 플리바게닝(유죄협상) 논란이 확산되면서 증언의 신빙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플리바게닝 논란의 대표적 인물이다. 두 사람은 항소심 '키맨'으로 불렸지만 재신문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이들의 증언을 되짚어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씨의 승마계 최측근이자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조력자로 잘 알려진 박원오 전 전무는 삼성과 코어스포츠간 용역 계약 체결을 주도한 인물이다. 정씨 승마 훈련에 깊숙이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가출' 및 '출산' 과정에서도 지근거리에서 도움을 주며 최씨와 깊은 신뢰 관계를 쌓아 왔다.

    2015년 7월말 삼성의 승마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에는 독일 현지에서 직접 협상에 나서며, 213억원 규모의 용역 계약 체결을 성사시키는 데 일조하는 등 최씨의 대리인 역할을 도맡아 왔다.

    또 최씨로부터 생활비와 함께 코어스포츠 지분 일부를 제공받기로 한 점, 삼성으로부터 매달 125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점 등 승마지원 과정을 통해 다양한 사익 추구 방안을 모색했다.

    수많은 의혹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 전 전무는 현재까지 기소 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승마지원=삼성뇌물'이라는 핵심 혐의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들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는 1심에서 삼성 측의 제안에 따라 정씨의 승마지원을 기획했다는 진술을 내놓았다. 
    2015년 6월 이영국 삼성전자 상무(당시 승마협회 부회장)가 올림픽 승마 지원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제안했다는 것이 그의 진술이다. 

    이어 같은 해 7월에는 독일로 찾아온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당시 승마협회 회장)으로부터 "정유라가 포함된 올림픽 지원계획을 만들어보라"고 제안을 받았다는 증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박 전 전무는 삼성과 코어스포츠간 용역 계약 체결에 있어서도 "최씨의 지시를 받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와 계약조건을 협의했다"며 자신과 계약조건의 무관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삼성은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최씨가 원하는 대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지난해 9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공판에서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제공받은 용역대금을 호텔 구입 등의 용도로 사용한 것을 삼성이 알고 있는 눈치였다'는 새로운 증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 증언의 경우 삼성 뇌물사건 1심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아 추측성 발언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사건 관계자인 박상진 전 사장은 박 전 전무가 대통령과 최씨의 친분관계를 앞세우며 삼성의 승마지원을 이끌어내려 했다고 진술했다.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역시 "승마지원 로드맵의 최초 제안자는 박원오다. 삼성이 먼저 해당 문서 작성을 요청한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게다가 항소심 1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 마저 "박원오로부터 삼성의 승마지원에 대해 듣게 됐다. 유라와 독일에 있을 당시 박원오가 이미 계획서를 가지고 왔고 날(최순실) 끼워넣기만 한 것"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최씨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계약조건 등 삼성과의 용역계약은 박원오가 주도했다. 그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 (특검이) 박원오의 말을 너무 믿는 것 같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최씨가 마필 소유권과 관련해 이 부회장을 지칭하며 화를 냈다는 것과 박 전 사장으로부터 '입 조심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는 진술은 그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처럼 다수의 국정농단 재판에서 박 전 전무는 자신의 관여도를 축소시킬 목적으로 허위·과장 진술을 해왔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남아 있지만
    현재까지 기소되지 않은 상태다. 박 전 전무와 특검을 상대로 '플리바게닝' 의혹이 일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검증되지 않은 박 전 전무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최종 판결을 내린 바 있으며, 항소심 역시 승마지원이라는 혐의의 중대성에 따라 박 전 전무의 진술은 일정부분 이상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에 따르면 박 전 전무는 최순실과 공생관계로 최씨를 이용해 이권사업에 개입, 많은 혜택을 봤으며,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삼성 측에 알려주고 승마지원에 정유라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고지한 장본인이다.

    결정적 증거 없는 추측성 발언을 기반으로 최종 형량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왜곡된 진술을 걷어내고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