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뇌물사건' 선고공판 앞두고 법정 주요 증언 재조명"이미 법리상 무죄… '여론-정치' 판결 향방 좌우할 듯"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다음달 5일로 예정된 가운데 핵심 혐의와 관련된 법정 증언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피고인들의 최종 판결과 직결되는 만큼 각각의 증언이 미칠 영향력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더욱이 10여 차례의 증인신문에도 불구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언은 나오지 않으면서 향후 피고인들에 대한 형량 감소나 무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항소심 공판에서 증인 채택이 이뤄진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해 총 14명으로, 실제 법정에 출석한 인원은 모두 10명으로 확인된다. 특검과 변호인단의 공동 증인신청이 이뤄진 최순실씨를 제외하면 특검 측 증인 3명, 변호인단 측 증인 6명에 대한 신문이 항소심에서 진행된 셈이다. 

    항소심 증인신문에서 양측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마필 소유권 이전 여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 '0차 독대' 여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 등을 놓고 적극적인 질문 공세를 이어나갔다. 다만 이 같은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되는 증언들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 삼성 뇌물사건을 바라보는 다수의 시각이다.

    특검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16억2800만원)을 비롯해 무죄 판결을 받은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204억원)의 배경을 두고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고 규정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수수 합의에 따라 이뤄진 대가성 지원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 측 증인들은 물론 특검 측 증인까지 영재센터 후원과 재단 지원의 공익적 성격에 대해선 한 목소리로 이견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검 측 증인인 YMCA 직원 김모씨는 삼성의 후원금 중단 경위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30년간 후원해 온 점에 대해선 '이례적'이라는 의견을 내보였다. 동시에 자발적으로 세부 예산 사용내역을 삼성 측에 제출했다는 진술도 내놓았다. 이는 삼성이 영재센터 후원에 비해 엄격한 증빙내역을 요구했다는 특검의 의견과 대치되는 것으로 기존 사회공헌활동과 차이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증언이다.

    변호인단 측 증인인 남 모 문화체육관광부 과장과 강 모 삼성전자 과장 역시 영재센터의 공익적 설립 목적에 따라 후원이 이뤄졌다는 데 동의하는가 하면 최씨의 존재와 영향력에 대해선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강우영 삼성물산 상무와 홍원학 삼성생명 전무도 '공익적 목적에 따라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정부 주도로 추진돼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된 마필 매매계약 과정 논란에 대해서도 '회계상 절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변호인단 주장에 힘이 실렸다. 앞서 특검은 비타나, 라우싱 등 마필의 구입비용이 유형자산이 아닌 선급금으로 분류된 것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해왔다. 삼성이 최씨에게 마필을 제공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부당한 회계처리를 저질렀다는 취지다.

    이에 항소심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주 모 삼성전자 과장은 "마필 인도 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회계상 선급금으로 등록했다"며 "어차피 매각될 것이었기 때문에 유형자산으로 등록할 이유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의 보편적 업무 관행이라는 의견을 덧붙이며 특검 측 의견에 정면 반박했다.

    1심에서 증인신문이 불발된 최씨의 증언도 기존 특검의 주장을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했다. 항소심 16차 공판에 출석한 최씨는 삼성과 마필 소유권 이전 합의가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 "마필 소유권은 전적으로 삼성에 있었다"며 강하게 맞섰다. 마필 교환 계약과 관련해서도 삼성의 동의없이 진행됐다는 점을 인정했으며, 승마지원에 대해선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계획 하에 이뤄졌다고 진술하는 등 특검과 상반된 진술을 펼쳤다.

    이 밖에도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이른바 '0차 독대'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특검 측 핵심 증인으로 지목됐지만, 정확한 독대 시점을 특정하지 못해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 역시 항소심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수차례 진술을 번복하거나 동일인물에 대해 다수의 호칭을 사용하는 등 재판에 혼선을 줬다는 비판을 야기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1심에 이어 특검의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언이 나오지 않자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의 무죄 또는 형량 감소를 확신하는 의견이 지배적인 모습이다. 더욱이 4차례에 걸친 공소장 변경 등과 맞물려 특검이 항소심에서조차 수세에 몰렸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국정농단 정점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의 증인신문은 불발됐지만, 최씨를 비롯한 다수의 증인들을 통해 핵심 쟁점들에 대한 무죄 입증을 이끌어냈다"며 "이미 법리상으로는 무죄인 상황에서 1심과 여론 또는 정치적 영향이 판결의 향방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