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5개년 종합시책 발표하이닉스 등 SK그룹 계열사, 성과물 도출 위해 다각도 모색
  • ▲ 최태원 SK회장이 2017년 8월 18일부터 20일까지 이천 SKMS연구소에서 함께하는 성장 New SK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 2017년 SK CEO세미나에서 사회적가치 창출에 대해 발언을 하고있다. ⓒSK그룹
    ▲ 최태원 SK회장이 2017년 8월 18일부터 20일까지 이천 SKMS연구소에서 함께하는 성장 New SK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 2017년 SK CEO세미나에서 사회적가치 창출에 대해 발언을 하고있다. ⓒSK그룹

"경제·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새로운 SK의 원년이 되자"(2018년 SK그룹 신년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꿈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까. 최태원식 '사회적 기업론'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SK그룹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정부 정책과 흐름을 같이하면서 본궤도 안착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다음달 1일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 계획을 점검하는 회의에 격려차 참석할 예정이다.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사회공헌위원회는 최 회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진행한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성과를 놓고 계열사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사회적 기업론'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사람중심 경제'를 주창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사회적 기업론'에 관심을 표한 바 있다. 특히, 올해 안으로 정부 차원의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5개년 종합시책이 발표될 예정이라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과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은 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이 대부분이었다. 사회공헌 활동은 주어진 예산으로 집행하는 경우가 많아 재원 부족으로 인해 관련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CSR 종합시책이 수립되면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사회적 책임 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통과된 '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기업이 경제적 수익성과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을 함께 고려, 지속경영 활동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이에 대한 종합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CSR 종합시책은 산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 주도 아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SK그룹에게는 지금까지의 연구 경험을 공유하고, 사회적 가치 기업으로 명확히 각인될 기회인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CSR 종합시책 가이드라은 여러 방면으로 검토 중에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모색하고 있다"며 "SK와 같은 모범사례 기업이 경험을 공유해 주면 가이드라인에 반영하도록 검토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는 인권, 사회적 약자 배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등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다. 현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공유가치 창출(CSV),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 공개, 사회적 경제 등이 큰 틀에서 사회적 가치라는 개념으로 통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 뜻에 따라 그룹도 다양한 시도 나서


SK그룹은 연간 영업이익 20조원을 달성하며 호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최태원 회장의 눈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향하고 있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함께 추구해야한다"는 최 회장의 더블 버텀 라인(DBL) 전략이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에 눈을 뜬 건 2009년 연세대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포럼'에서다. 최 회장은 '생태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사회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201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을 개설했다. 이어 2014년에는 옥중에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제목의 책도 출간했다. 

최 회장의 뜻에 따라 SK그룹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SK는 매년 100여개 가량의 사회적기업을 선정해 '사회성과 인센티브' 형태로 5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해 이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이다.   

작년 연말에는 SK행복나눔재단, KEB하나은행과 손잡고 사회적기업 투자를 위한 국내 최초 민간펀드인 '사회적기업 전문사로 투자신탁 1호'를 개설했다. 해당 펀드에는 100억원대 시드머니(종잣돈)가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로도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표로 여러가지 시도에 나서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위해 매년 해오던 김장담그리 행사를 중단하고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김치를 구매한 뒤 다시 사회복지기관과 취약계층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중고차 사업을 정리하고 카셰어링 사업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계량화할지는 숙제로 남아있다. 
SK그룹은 최근 신년 워크숍 자리에서 주요계열사에 있던 '사회적가치 TF(태스크포스)'를 확대·신설하기로 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 평가에 '사회 성과 지표'를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평가 기준은 준비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실무 조직을 꾸렸지만, 아직 성과물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시도는 계속 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하기 위해 그룹 사회공헌위원회와 외부 전문가, 교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정량화된 지표를 마련했다. 이 지표를 활용해 지난해 1~3분기 SK하이닉스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결과, 순이익의 69% 수준인 5조1521억원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SK그룹 전체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적극적으로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적 가치가 실질적으로 창출될 수 있도록 SK가 첫 발을 내딛는 해이자, 기업의 사회적 가치라는 핵심 의제를 리드하기 위해 준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