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수석, 朴 재판서 존재 언급… "정확한 시기는 기억 안나"'독대 시기-청탁 유무' 확인 불가능… "사실상 뇌물사건 관련 없어"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간의 '0차 독대' 의혹이 또 다시 수면위에 떠올랐다. 만남과 관련한 시기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부정한 '청탁'과 '대가'가 있었다는 증거도 없이 존재하지도 않는 '0차 독대'를 놓고 소모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지난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2014년 하반기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단독면담 자리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지난 14차 공판에서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의 증언에 따라 항소심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한 0차 독대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입을 통해 거론돼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다만 안 전 수석 역시 정확한 시점을 특정하지 못하는가 하면 실제 청탁의 유무마저 확인되지 않아 선고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안 전 수석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재직 중 2014년 하반기, 2015년 7월 24~25일, 2016년 2월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간 단독면담을 세 차례 주선했다고 밝혔다. 특히 2014년 9월 11일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삼성 참고자료(말씀참고 포함 수정)'이라는 문건을 이메일로 전달받은 사실을 인정해 최근 불거진 0차 독대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안 전 수석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삼성과 SK와의 독대를 위해 파일을 받은 것은 맞다"며 "보통 독대를 하면 대통령께 말씀하실 참고자료를 보내드린다. 비서관이나 행정관들이 만든 자료를 (대통령께)보고하기 전에 제가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봉근 전 비서관은 2014년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한 차례의 추가 독대가 있었다는 증언을 내놓은 바 있다. 특검 측은 이 같은 진술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뇌물수수합의가 기존 1차 독대(2014년 9월 15일)보다 앞선 시점에 이뤄졌다며 4번째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안 전 수석의 증언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최종 형량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다수의 재계·법조계 관계자들은 핵심 증거로서 가치가 전혀 없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안 전 수석은 독대 시점에 대해선 '9월에서 11월 사이로 기억한다'며 정확한 시기를 특정하지 못했다. 0차 독대의 경우 특검이 결심공판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공소장 변경을 서두를 만큼 최초 뇌물수수합의를 가름할 주요 근거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시기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즉시 그 효력을 잃게 된다.

    안 전 비서관 역시 0차 독대의 존재를 주장하면서도 시기에 대해선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해 진술의 신빙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날 검찰이 독대 시점을 특정하기 위해 제시한 '대기업 등 주요 논의 일지' 문건의 경우 이미 삼성 뇌물사건 1심에서 내용의 신빙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바 있어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김 전 비서관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에는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간 독대 일정이 나와있으며, 삼성은 2014년 9월 12일로 기록돼있다. 다만 롯데와 두산, 포스코 등과 관련된 다수의 일정들이 잘못 기재된 것으로 나타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1심 4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비서관은 해당 문건과 관련해 "14년 일정의 경우 작성 시 안 전 수석의 일정을 일부 참고하거나 해당 비서관실에 문의를 하는 등 불분명하게 작성한 부분이 있다"며 "실제 독대가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고 진술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독대의 시점뿐만 아니라 가장 핵심인 청탁의 여부조차 파악되지 않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설령 두 사람간 만남이 존재했다 하더라도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한 대가관계가 있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0차 독대는 이미 안 전 비서관의 증인신문과 서류증거조사를 통해 실체가 확인됐으며 이번 안 전 수석의 증언도 별반 다를 것 없는 내용이었다"며 "대통령과의 독대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났다는 것만으로 청탁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