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국민은행장 “지역할당제 채용”…최흥식 원장 “검사결과 정확해”앞서 검찰 기소된 채용비리 사건은 CEO 무혐의…긴 법정공방 예상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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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용비리 조사결과를 놓고 시중은행과 금융감독원 간 양측 입장이 엇갈리며 긴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법정에서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민, KEB하나, 광주, 부산, 대구은행 등 5곳을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국내 11개 은행을 검사한 결과 5개 은행에서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 9건 등 채용비리 정황이 드러난 사례 22건을 적발했다.

    KEB하나은행이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 3건, 대구은행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 등 적발 사례가 나왔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임원 면접이 종료된 후 인사부가 명문대 출신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올리고 합격권 내 기타 대학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내리는 방법으로 합격‧불합격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도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친척 자녀가 서류전형에서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에서 300명 중 273등으로 최하위를 기록했으나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결국 4등으로 합격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여러 가지 채용 비리 상황을 확인했고 검찰에 결과를 보냈다”며 은행권의 채용비리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은행장 “불법 행위 아니다” 하소연

    일단 앞서 지목된 시중은행장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계열사 경영관리회의에서 “서류전형에서부터 최종 면접까지 블라인드로 진행되기 때문에 특혜채용은 있을 수 없다”며 “해당 지원자는 당시 5명을 뽑는 호남‧제주 지역 할당제로 지원해 공동 2등을 기록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서류 전형 점수가 낮아도 최종 면접에서 만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

    KEB하나은행도 이번 채용비리와 관련해 “불법행위를 행한 사실이 없고 기업으로서 정당하게 추구할 수 있는 인사정책”이라며 “또 글로벌 우대 전형도 기존에 있던 것이고 주요 거래 대학 출신은 내부 규정상 우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 KEB하나은행에서 유독 반발이 심한 이유는 최근까지 지배구조 문제에서 금감원과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탓에 채용비리 혐의까지 덮어쓴 게 아니냐는 의혹만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해 블라인드 채용, 지역할당제는 현 정부가 원하는 유형인데도 불구하고 고위직 자녀가 입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이라고 단정짓기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라며 “점수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자 해놓고 결국 점수가 높은 사람 순으로 채용하란 말과 같다”고 말했다.

    ◆채용비리 ‘도덕적 책임’ or ‘법적 책임’

    사실 채용비리 사건의 발단은 금감원에서 시작됐다. 최흥식 원장이 취임과 함께 조직쇄신을 강조하며 채용비리와 연류된 임원들을 해임하면서부터다.

    우리은행도 채용비리 혐의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자진 사퇴한 바 있다.

    두 사건은 모두 검찰 고발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은 사뭇 다르다.

    금융감독원 신입공채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사자는 이문종 금감원 전 총무국장 뿐이다. 전결권자인 서태종 전 수석부원장, 김수인 전 부원장보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당시 사건과 연류된 김용환 NH금융지주 회장도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특혜채용과 관련해 검찰이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에 대해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한 범죄혐의 소명 정도 및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현자까지 수사 진행경과, 피의자가 개인적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이지 않은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 사정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할 사유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광구 전 행장은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은행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국정원과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 친인척 등 30여명의 특혜 채용을 했다는 혐의로 금감원이 검찰 고발을 한 경우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길고 긴 법정공방이 이어질 게 뻔하다.

    업계 관계자는 “채용비리에 연류된 점을 갖고 최고경영진에게 사회적 비난을 할 수 있겠지만 법적인 책임까지 묻기엔 그 과정이 길 것으로 보인다”라며 “금융당국 역시 검찰 고발을 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징계 여부도 법정 결과가 나와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