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언 'SR 통합'... 첫 발걸음 '해고자 농성장'
  • ▲ 오영식 신임 코레일 사장.ⓒ코레일
    ▲ 오영식 신임 코레일 사장.ⓒ코레일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수서발 고속철을 운영하는 ㈜에스알(SR)과의 통합 논의에 불을 댕겼다.

    안전을 강조하고 남북·대륙철도 진출 준비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이사제 도입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철도분야 비전문가라는 낙하산 꼬리표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오 신임 사장은 6일 대전 코레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제8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오 사장은 먼저 철도 공공성 강화에 주력하겠다며 SR과 통합을 과제로 꼽았다.

    오 사장은 "공공철도는 사회적 가치"라며 "SR과 통합은 공공성 강화와 국민편익 증진의 관점에서 더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뜩이나 짧은 철도 거리를 인위적으로 분리하고 경쟁시키는 것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반감시켜 국가적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며 "고속철도 운영의 일원화야말로 국민편익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킨다"고 역설했다.

    오 사장은 "코레일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은 안전에서 시작된다"며 철도안전을 강조했다.

    그는 "외주화, 효율화 중심의 안전관리에서 벗어나 사람, 현장 중심의 절대적 안전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정부의 '스마트 철도안전관리체계 구축 기본계획'에 발맞춰 첨단 기술을 이용한 철도안전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고 부연했다.

    오 사장은 성장 동력 확보와 수익창출을 위해 마케팅과 역세권 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차량·운영·유지보수 등 철도 전 분야에 스마트 첨단 정보기술을 결합해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하겠다는 견해다.

    오 사장은 남북·대륙철도 진출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진 남북대화의 기회를 지키는 게 코레일의 몫"이라며 "남북철도 복원과 대륙으로의 운송이 가능한 철도 중심 물류체계에 코레일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사장은 끝으로 동반자적 노사관계의 모범을 만들어가겠다며 소통 경영을 내세웠다.

    오 사장은 이날 평창올림픽 대수송에 전력하자는 뜻으로 대강당이 아닌 대회의실에서 미니 취임식을 한 뒤 각 층을 돌며 부서 직원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본사 앞 철도 해고자 천막농성장도 방문했다.

    오 사장은 "제가 있을 자리는 사장실이 아니라 현장"이라며 "현장 직원의 목소리를 듣고 코레일을 좋은 일터로 만들겠다"고 했다.

    낙하산 내정설이 돌 때부터 오 사장 취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코레일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실세가 왔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16·17·19대 의원을 지낸 오 전 의원은 16대 대선에서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청년위원장,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을 각각 지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2기 의장 출신으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친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SR 출범이 마뜩잖았던 코레일로선 취임 일성으로 SR과 통합을 천명한 오 사장의 경영 방향이 반가울 따름이다.

    철도노조도 오 사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해고자 복직문제가 철도분야 현안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운동권 출신인 오 사장이 노조와의 관계를 풀 적임자라는 평가다.

    김선욱 철도노조 대변인은 "과거 정치인, 철도전문가 등을 겪어본 경험으로는 출신 성분만으로 노사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취임사에서 SR 통합, 공공성 강화와 함께 노사관계 등을 언급한 만큼 원만하게 관계를 풀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말 내부 설문조사 결과 노조원은 부당노동행위 등 코레일 내부 적폐청산과 해고자 복직, 임금·복지 향상 등을 신임 사장에게 바라고 있다"며 "오늘 취임했으니 평가하긴 이르고 일단 두고 보며 필요하면 목소리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낙하산·전문성 시비는 오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그는 현역의원 시절 지식경제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했다. 철도 분야와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공모 과정에서 오 사장의 대항마로 꼽혔던 최성규 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은 "일각에서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위해 정치력이 필요하다는데 정치력에 의한 억지 결합은 내부 구성원 간 화학적 결합을 방해해 오히려 반발만 사는 등 뒤탈이 날 수 있다"며 "(낙하산이 아니라) 한국철도의 미래와 발전을 고민하고 철도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코레일 사장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취임사 전문>

    존경하는 철도가족 여러분! 오영식입니다.

    저는 오늘 119년 철도 역사의 산실인 코레일에서 한국철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았습니다.
    먼저, 제게 주어진 이 막중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철도가족 여러분!
    새삼스럽게 강조하지 않아도 철도의 본질은 공공성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 모두는 장애의 유무와, 소득과, 계층과,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철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기본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공철도는 그 자체로 사회적 가치인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나갈 한국철도의 미래 역시 '철도 공공성 강화를 통한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한국철도의 미래를 열어젖히는 또 다른 한 축은 '혁신을 통한 미래철도산업의 경쟁력 확보'입니다.

    철도가족 여러분!
    지금 우리 국민들은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코레일은 그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습니다. 성공적인 정책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껴야 합니다.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이루어가야 할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먼저, SR과의 통합을 포함한 철도공공성 강화에 주력하겠습니다.

    철도는 전형적인 네트워크 산업입니다. '규모의 경제'효과가 큰 산업입니다. 선로가 늘어날수록, 운영을 일원화 할수록 공공성이 강화되고 종국에는 국민편익 증대로 이어집니다.

    SR과의 통합은 공공성의 강화와 국민편익 증진이라는 관점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가뜩이나 짧은 철도거리를 인위적으로 분리하고 경쟁시키는 것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반감시켜 국가적 비효율을 초래할 것입니다.

    고속철도 운영의 일원화야말로 국민편익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킨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로, 절대적 안전체계를 확립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와 공공기관의 제1의 사명이자 존재의 이유라는 사실을 우리는 새삼 깨달았습니다.

    코레일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은 안전에서 시작됩니다.
    외주화, 효율화 중심의 안전관리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절대적 안전체계를 확립하겠습니다.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안전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사람 중심, 현장 중심의 안전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철도안전관리체계 구축 기본계획'에 발맞추어 첨단 기술을 이용한 철도 안전 강화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국토교통부, 한국철도시설공단 등과 함께하는 업무협의를 실질화하고 내실화해서 '코레일이 안전은 확실히 챙긴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셋째, 경영혁신 및 마케팅 역량강화를 통해 대국민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습니다.

    우리 철도가 안정적으로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다원적 수익창출 방안을 찾겠습니다.
    마케팅과 역세권 개발 역량을 강화하겠습니다.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는 해외시장으로의 진출도 적극 추진해나가겠습니다.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겠습니다.

    스마트 차량, 스마트 운영, 스마트 유지보수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첨단 정보기술을 철도의 전 분야에 결합시켜야 합니다.
    정보통신강국인 우리에게 기회가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 기술, 정보통신 기술이 우리 철도를 해외로 이끌어야 합니다.

    국내외 경쟁력 강화의 전제는 혁신입니다. 그 주역은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경영가치체계를 재정립하여 우리 조직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노력하는 유능한 직원이 우대받는 공정한 인사관리체계로 혁신의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현장 중심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겠습니다.

    넷째, 남북철도, 대륙철도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해나가겠습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대화하고 왕래하고 있습니다.
    북측 대표단이 우리 KTX를 타고 강릉을 방문했습니다. 전 세계가 우리 코레일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적처럼 만들어진 대화의 기회를 지키는 것은 우리 코레일의 몫입니다.

    남북철도의 복원과 대륙으로의 운송이 가능한, 철도 중심의 물류체계에
    코레일의 미래가 있습니다. 국제경쟁력이 있습니다.

    남북철도 실현과 대륙철도 시대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위해, 신북방정책 지원을 위해, 우리 내부의 역량을 강화하는 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동반자적 노사관계의 전범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우리 코레일이 앞장서서 노사관계를 포함한 사회적 대타협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 동안 공사의 노사관계는 신뢰가 무너지고
    같은 공동체라는 의식이 무너졌습니다.
    그 회복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소통과 신뢰 속에서만 가능합니다.

    새로운 노사 패러다임의 구축을 위해 '노동이사제'의 도입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우리 코레일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달하는 통로가 되기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존경하는 철도가족 여러분!

    유난히 추운 겨울입니다. 살을 에는 혹한 속에서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강릉역 플랫폼에 쌓인 눈을 치우고 계신 분부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관제센터 근무자까지, 모든 우리 철도가족 여러분들께
    진심어린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부터는 저도 철도가족입니다.
    저하된 우리 가족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이라면 어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 코레일을 좋은 일터, 일과 삶을 보장하는 직장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저에게 거는 기대와 희망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있어야 할 자리는 높은 사장실이 아니라 현장입니다.
    현장을 누비며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사람, 세계, 미래를 잇는 대한민국 철도를 만들어 나갑시다.
    힘껏 뛰겠습니다. 함께 뛰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