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경쟁력 확보 강조, 반면 대학 구조조정은 과거 평가 기준 적용
  •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 육성을 위한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하고 나선 교육부가 정작 과거 기준을 적용한 대학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DB
    ▲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 육성을 위한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하고 나선 교육부가 정작 과거 기준을 적용한 대학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DB


    교육부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춘 대학 학사제도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2주기 대학구조개혁(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는 이와 상관 없는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등교육의 미래를 강조하면서 굳이 포함되지 않아도 되는 항목을 대학구조조정 평가지표로 적용해 대학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7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입법예고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는 학교 밖 수업 및 원격수업 등에 대한 운영 기준이 담겼다.

    개정안에서 교육부는 현장실습수업 등 학교 외 장소에서의 수업, 원격수업은 서버·통신 장비·콘텐츠 개발 설비 등을 갖춰야 하는 법적 근거 및 기준이 제시됐다.

    온라인 화상 교육을 진행하는 미네르바스쿨, 온라인 공개 수업인 MOOC(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s) 등은 새로운 교육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교육부는 학교 밖 수업, 원격수업 운영 기준을 마련해 고등교육 혁신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향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선제 대응으로 대입 정원을 강제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에는 교사(校舍)확보율이 평가지표가 포함됐다.

    교사확보율은 강의실, 도서관, 실험실습실 등 교육기본시설과 연구시설, 지원시설 등의 면적을 학생 1인당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으로 계열에 따라 12~20㎡를 확보해야 한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통해 전체 평가 대상 중 1단계(총 75점)를 통과하지 못한 대학 40%는 2단계 평가를 거쳐 대입 정원 2만명 감축이 추진된다. 이에 1단계 잔류를 위해 대학들은 항목별 배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0.1점 차이로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대학구조조정 평가다. 아주 적은 점수로 인해 대학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항목별로 모두 만점을 받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교사확보율(배점 3점)이 100% 미만이라면 감점 조치된다. 이와 관련해 전국 대학의 현황을 살펴보니 대부분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인 '교사 시설 확보 현황' 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217개 일반대(지역캠퍼스 포함), 138개 전문대 가운데 교사확보율이 충족되지 못한 학교는 각각 23개교, 6개교였다.

    교사확보율 산출 시 본·분교 체제인 대학은 각각 계산하지만, 분교가 아닌 지역캠퍼스는 개별이 아닌 각각을 합쳐 비율은 확인한다.

    이에 지역캠퍼스만 둔 일반대 8개교는 사실상 교사확보율 기준을 충족했고, 전문대를 포함해 100% 미만 확보율은 보인 대학 대부분은 80~90% 확보율로 만점 기준에 근접한 상태였다.

    상당수 대학이 교사확보율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점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과거 기준을 적용해 압박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미래 교육을 강조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B대학 관계자는 "교육부는 모순 덩어리다. 전세계 교육을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현재 교사확보율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어디서나 유명 대학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데 교육부는 평가지표에 교사확보율을 포함시켰다. 반세기 전 대학에 내려진 지침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교사확보율은 학교가 땅을 사서 건물을 세워야하는 부분인데, 앞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의 투자처를 다른 곳으로 쏠리게 하고 있다. 학생이 줄어들면 교사는 빌 텐데 교육에 대한 투자로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대학 관계자는 "4차 산업 혁명을 위한 부분에서 법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시대에 맞춰야 하는 것은 대학의 몫이 됐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이) 부담 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지방소재 C대학의 관계자는 "이미 해외 유명 대학은 온라인 교육을 위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뒤늦게 추진하고 있지만 대학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하라고만 한다. 교육부가 규정을 만들더라도 자율성은 주지 않는다. 평가 자체를 과거의 기준으로만 압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래교육을 강조하는 교육부는 강제 구조조정에 대해 '기준' 충족만을 앞세우는 모습이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대학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하는 사항을 진단하다보니 교사 등은 필수 요소로 포함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