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요구는 '구속력 있는 행위'… 기업, 거절 할 수 없어"

[취재수첩] '가상의 틀'로 삼성 옥죈 특검, 엄중책임 느껴야

헌재 '피해자' 판단 불구, '0차독대' 등 4차례 공소장 변경 '무리수'
항소심 재판부 "독대-경영권 승계-뇌물공여' 이어졌다는 특검 주장은 '잘못된 것'"

연찬모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8.02.08 0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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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풀려났지만 뇌물공여자라는 오명은 아직까지 그를 옥죄고 있다. 이번 항소심 결과가 보여주듯 국정농단 사건의 최대 피해자를 한 순간에 뇌물공여자로 분류한 특검은 그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 결과를 두고 특검을 향한 지적이 거세다. 최근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적용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가 인정됨에 따라 특검의 무리한 수사·기소를 겨냥한 목소리다.

이 같은 지적은 '0차 독대'의 존재를 부정한 재판부의 판단에 힘입어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0차 독대는)이 사건에서 큰 영향이 없는 부분'이라는 재판부의 한 마디는 그간 뇌물수수 합의의 핵심 증거로 앞세워 온 특검의 논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결국 독대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한 뇌물공여가 이뤄졌다는 특검의 주장은 '짜맞추기식'이라는 비판만을 남겼다.

지난 2016년 10월 출범한 검찰 특별수사본부(1기)는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및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등과 관련해 다른 대기업들과 같이 강요에 의한 피해자로 결론내렸다. 뇌물의 성격이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직권남용 및 강압에 따른 지원으로 판단한 것이다.

헌법에 대한 최고 권위 기구인 헌법재판소 역시 "대통령의 요구는 사실상 구속력 있는 행위로 봐야 하며, 요구를 받은 기업은 따를 수밖에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며 사실상 명령에 가까운 요구였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처럼 당초 피해자 신분이었던 이 부회장은 특검의 뇌물공여 기소와 함께 피의자로 전락하게 됐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자신감이 말해주듯 70차례 공판에서 제시된 수많은 증거들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하는 데 사용됐다. 더욱이 항소심에 이르러서는 0차 독대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공소장 변경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고스란히 담기도 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해당 증거들이 실제 효력을 발휘했는지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는데 의미가 크다. 혐의 입증을 위해 제시된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진술을 비롯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의 일지 등은 전부 증거가치가 배제됐다.

더욱이 재판부는 '요구형 뇌물사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박 전 대통령의 책임에 무게를 싣는 동시에 이 부회장을 피해자로 규정했다. 앞서 판단을 내린 특수본 및 헌재와 뜻을 같이한 셈이다. 

다만 한 번 덧씌워진 뇌물공여자라는 오명은 항소심에서도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1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다시 피해자 신분을 인정받았지만 완벽한 무죄 입증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는 일각의 평가가 크게 와닿는 이유다.

재판은 대법원의 상고심을 남겨두고 있다. 선고공판 직후 특검은 판결의 오류를 지적하며 상고의 뜻을 밝혔다.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반한 판결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보다 수천가지 증거로도 입증에 실패한 이유를 되짚어 보는 안목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법조계에서조차 "특검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쏟아지는 것에 대해 한번쯤 귀를 기울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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