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동산업체 속속 진출… 높은 가계부채 '위험요인'
  • ▲ 태국의 한 맨션가. ⓒ뉴데일리경제 DB
    ▲ 태국의 한 맨션가. ⓒ뉴데일리경제 DB


    세계적 저금리에서 비롯된 풍부한 자금을 배경으로 신흥국 부동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태국 방콕에서는 매년 4만가구 이상의 맨션이 지어지고 있지만, 가격은 지난 10년간 약 1.7배로 뛰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일본 부동산 업체들도 속속 태국 부동산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견고한 반면 위험도 내포된 것으로 지적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방콕 중심부 스쿰빗 거리 주변에는 고층 맨션이 계속 건설되고 있다. 화려한 완성 조감도와 함께 '호화롭고 쾌적한 생활. 500만바트(약 1억7200만원)부터", "최적의 입지, 훌륭한 방이 430만바트(약 1억4800만원)부터"라고 태국어와 영어로 쓴 선전 문구가 늘어서 있다.

    "부동산 과열이 한창이다. 방콕 중심부에는 ㎡당 20만바트(약 688만원) 이상의 고급 맨션도 금세 예약된다".

    말레이시아계 CIMB은행의 태국부동산 부문 대표인 아몬티프 차우라의 진단이다. 태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6년 방콕에 새로 생긴 맨션의 방 수는 2007년의 3배인 4만1000개다. 가격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70% 올랐다.

    차우라는 특히 싱가포르와 홍콩 등 외국인 투자가의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태국 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 맨션도 전체 용적의 절반 이상을 태국인이 소유해야 한다. 그런데도 입지와 조건이 좋은 물건은 '외국인 할당 몫'이 금세 팔려 버릴 정도로 인기다.

    태국 국립부동산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팔린 물건의 약 40%는 방 하나에 100만~300만바트(약 3500만~1억원)의 고가 맨션이다. 구입자의 40%는 25~34세 젊은 층이다. 유력 부동산컨설팅기업 RAEA의 폰쵸쿠차이 대표는 아사히신문에 "젊은층의 부동산 구입도 태국 부동산 경기 활황을 떠받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野村) 부동산은 지난해 8월 방콕에서 현지 부동산 회사 오리진과 손잡고 2000가구 분양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한큐(阪急) 부동산도 같은 해 맨션 2000가구 분양 계획을 세웠고, 스미토모(住友)도 고급맨션 400가구 분양사업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모두 태국 첫 진출이다.

    히가시 노부아키 노무라부동산 주택사업본부장은 일본 업계가 태국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 "경제가 성숙해 부유층이 많고 부동산 수요도 많아 균형이 잘 잡힌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지 업체와 제휴, 태국에 처음 진출한 도큐(東急)전철은 방콕 중심부에 지을 맨션 269가구를 이틀 만에 분양 마감했다.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도큐 국제사업부 관계자는 "장래 성장이 기대되는 베트남도 매력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태국이 베트남보다 낫다"고 말했다.

    불안요소도 없지 않다. CEIT데이터사에 따르면 2016년 태국의 가계부채는 약 11조바트(약 378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79%에 달해 아시아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한국(95.6%)과 말레이시아(88.3%)에 이어 3위다.

    부동산 전문가인 국립 실파콘 대학 바타야스폰 교수는 "빚을 내서라도 물건을 구입하려는 태국인의 사고방식은 위험을 수반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