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두 자릿수 성장, 내수는 간편식에 밀려 하락세
  • ▲ 미국 월마트의 농심 라면 판매대. ⓒ농심
    ▲ 미국 월마트의 농심 라면 판매대. ⓒ농심



    한국산 라면이 중국, 미국 등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수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간편식에 밀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량은 11만120톤, 수출액은 3억8103만7000달러로 각각 전년보다 38.3%, 31.2% 증가했다.

     

    라면 1봉지 중량이 평균 125g이라고 가정하면, 지난 한해 무려 8억8000만 봉지가 해외로 팔려나간 셈이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전체적인 식품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한 상황에서도 라면의 대(對)중국 수출량은 오히려 전년보다 62.7%나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라면 수출 성장세는 이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수출량은 1년 전보다 28.4% 증가했다. 수출액도 30.7% 급증했다. 역대 1월 수출실적 기준으로 수출 중량과 수출액 모두 관세청 무역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치였다.

     

    종류별로는 볶음면 등 매운맛 라면의 인기에 미국과 태국·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로의 수출이 급증했다. 기존 주력 수출 시장인 중국 등지에서도 한국산 라면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라면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닐슨코리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4개 업체의 매출 합계는 1조9990억원으로 전년보다 2.5% 감소했다.

     

    1인 가구 증가와 가정간편식 시장 성장이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강력한 히트상품이 없었던 것도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이마트에서 지난해 전체 라면 매출은 5.9%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정간편식 매출은 37.4% 급증했다. 라면 중에서도 간편한 컵라면(용기면) 매출은 늘고 있지만 봉지라면 매출은 감소세다. 이마트에서 지난해 봉지라면 매출은 6.1% 감소했고, 컵라면 매출은 4.9% 늘었다.

     

    내수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업체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신제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농심은 너구리를 변형한 볶음너구리, 매콤 너구보나라를 비롯해 짜왕 매운맛, 카레라이스쌀면, 참치마요큰사발, 건면새우탕 등을 출시했다.

     

    오뚜기는 냉콩국수라면, 함흥비빔면, 리얼치즈라면, 굴진짬뽕, 팥칼국수 등을 내놨다. 삼양식품은 쌈장라면, 커리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을, 팔도는 초계비빔면, 체다치즈 틈새라면 등을 선보였다.

     

    컵라면 시장 성장에 따라 농심이 신라면블랙사발을 출시하는 등 전자레인지용 제품 경쟁도 뜨겁다. 국내 시장에서 용기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4%이며 매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시장 점유율은 농심이 56.2%로 1위를 기록했고, 오뚜기 23.0%, 삼양식품 11.1%, 팔도 9.6%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