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자기 입장에서 요구 조건만 제시하는 상황판매 회복 및 생산성·효율성 제고 노력이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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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GM(이하 한국지엠) 철수설을 놓고 GM-산업은행(정부)-국회-노조가 제각기 복잡한 셈법을 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배리 앵글 GM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11일 특별한 성과 없이 미국으로 출국했다.


    위기에 놓인 한국지엠의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지만, 산은 측에서 실질적인 면담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3조원 증자 계획 중 17.02%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산은에게 약 5000억원을 참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산은은 공식 요청을 받은게 없는 것으로 하고 있다. 결국 배리 앵글 사장은 빈 손으로 돌아갔고, GM 철수설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GM 철수를 놓고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우선 GM 입장에서는 한국지엠을 살리기 위해 증자 또는 대출 같은 재무적 지원을 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호주나 인도네시아처럼 철수를 할 수도 있고, 지원을 해서 살려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전제 조건으로는 높은 인건비로 인한 고비용과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인한 저효율 등을 해결하고 싶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2대주주인 산은도 함께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산은의 지원 없이는 철수라는 극약 처방도 고려할 수 있다는 암묵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산은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지원만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원 이후에 한국지엠이 경영 정상화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달라는 것이 산은의 속내로 분석된다.


    회계장부 열람 같은 경영투명성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높은 매출원가율과 고금리 상환 등에 대해 직접 확인할 수 없기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도 고자세를 유지하는 이유로 보인다. 결국 산은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자구 노력 등이 담긴 중장기 경영정상화 계획이 있어야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도 철수설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지엠이 각각 위치한 부평공장, 창원공장, 군산공장의 지역 표심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자칫 GM이 한국에서 철수한다고 할 경우 해당 지역 표심이 돌아설수 있어서다. 마침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맞물리면서 한국지엠 입장에서는 국회라는 시누이가 늘어난 셈이다. 단순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인 논리까지 개입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지엠 노조가 철수설 해결의 '키(Key)'를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경 성향의 노조는 임금 인상과 고용 보장, 신차 배정 같은 일방적인 주장을 일관하고 있는 분위기다.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해도 사측 입장에서는 무조건 수용해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7일 상견례로 시작된 올해 임금협상 및 단체교섭(임단협)이 철수설을 조기에 종식시킬 수도 있고, 현실화 시킬수도 있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일 2차 교섭에서는 경영현황에 대한 설명회가 있었지만, 노조는 크게 개의치 않고 교섭을 마무리했다. 향후 추가 교섭 일정은 잡히지 않았고, 노조 역시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마련해 사측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철수는 막아야 한다는 정부와 국회 등의 여론을 등에 업은 상황이지만, 무턱대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에 노조 역시 신중하게 올해 임단협을 임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동률이 20%대로 떨어진 군산공장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신형 크루즈를 대체할 신차 배정이 노조의 '떼 쓰기'로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처럼 철수설에 휩싸인 한국지엠 이슈는 GM-산은-국회-노조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빈손으로 돌아간 배리 앵글 사장이 GM 본사에서 내부 논의를 거쳐 어떤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지엠 노사간 임단협 교섭의 조기 타결 여부가 결정될 수 있고, 산은의 지원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