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역대 최대 실적 경신에도 배당성향 소폭 하락금융당국, 바젤Ⅲ·IFRS9 도입에 고배당 자제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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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배당잔치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새 역사를 썼지만 금융당국과의 눈치싸움과 자본 확충 등을 이유로 고배당 자제에 나선 분위기다.

12일 지난해 결산 현금 배당을 발표한 국내 주요 금융사들의 배당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배당금은 확대됐으나 배당성향은 대부분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작년 대규모 순이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배당 규모는 비교적 적게 잡은 탓에 배당성향은 축소된 셈이다.

금융지주 가운데 그나마 배당금을 크게 늘린 곳은 바로 KB금융이다. 작년 3조 클럽에 진입하고 리딩뱅크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하며 총 배당금액을 7667억원으로 정했다.

지난 2016년 4980억원에 그쳤던 점을 비추어볼 때 배당금을 약 2700억 가량 확대한 셈이다. 

보통주 1주당 배당금 역시 1250원에서 1920원까지 끌어올리며 다른 금융사들과 달리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다만, 배당성향은 23.15%로 2016년(23.23%) 대비 약 0.08%포인트 줄며 아쉬움을 남겼다. 

작년 2조 클럽 달성에 성공한 하나금융 역시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오히려 배당성향은 23.36%에서 22.53%로 떨어졌다.

하나금융 역시 1주당 배당금은 1250원으로 2016년(800원)보다 56.25% 증가하며 KB와 신한금융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데는 성공했지만, 순익 대비 적은 배당금으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3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초라한 배당정책을 펼친 곳은 신한금융이었다. 

지난해 실적은 충분히 개선됐지만 총 배당금액을 2016년과 똑같은 6876억원으로 책정하며 주주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다. 배당성향 역시 24.78%에서 23.56%로 1.22% 포인트 줄었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은 직접적인 배당보다 M&A등을 통해 그룹 ROE를 높이는 등 실질적인 성장을 실현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익을 배분하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M&A등 성장 잠재성이 높은 매물을 인수하고 오는 2020년까지 해외사업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고배당 대신 자본을 충분히 비축할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금융지주들도 반전이 없긴 마찬가지다.

지난 연말 실적발표를 앞두고 일부 증권업계에서는 BNK·DGB·JB금융 등 지방금융사들이 배당규모를 대폭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총 배당금을 2015년 384억원에서 2016년 750억원으로 단숨에 끌어올렸던 BNK금융은 지난해에도 750억원을 유지하며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DGB금융과 JB금융은 지난해 각각 575억원, 154억원으로 전년대비 68억원, 76억원 가량 확대됐지만 1주당 배당금은 340원, 100원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의 마찰과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실적 악화를 염려한 금융지주들이 소극적인 배당정책을 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국제회계기준(IFRS9) 등 자본규제 강화에 대비해 자본 확충 필요성을 강조하며 금융사 고배당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바 있고, 실제로 지주들 역시 대비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아울러 올해부터 신DTI·DRS이 시행되는 등 가계대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대부분 은행들의 실적 악화가 예고되고 있다. 급격한 순익 감소에 대비해 고배당 대신 자본 여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다소 아쉬운 배당정책을 펼치며 주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며 "다만, 배당을 축소하려는 의지보다는 계속적으로 확대해나갈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바라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