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수수료 기존 소셜커머스에서 오픈마켓까지 확대 추진적자로 어려움 겪는 이커머스업계 사업 성장성 더 떨어질 것"
  • ▲ 이커머스 기업 로고. ⓒ각사
    ▲ 이커머스 기업 로고. ⓒ각사


    오픈마켓의 판매수수료 공개가 추진되면서 업계에서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오픈마켓 수수료 공개가 업계 전반적인 가격 인하 및 판매자 부담 완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과 이커머스 시장 성장 둔화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업체와 G마켓, 11번가, 쿠팡 등 오픈마켓의 수수료를 공개하는 골자의 법안을 발의했다. 기존까지 백화점 및 TV홈쇼핑 등 대형유통업체들은 판매수수료율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해 공개했지만, 오픈마켓의 경우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자에서 제외되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우선 수수료 공개로 인해 상품 전반적인 가격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다. 수수료가 공개될 경우 관련 업계에서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을 상품 판매자에게 제시하고 그만큼 판매자는 상품 가격 인하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A라는 오픈마켓에게 10% 수수료에 상품을 공급하는 업체에게 경쟁사인 B사가 8%만 적용할 테니 상품을 우리 쪽으로 납품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상품판매자는 2% 낮은 수수료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이러한 이점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소셜커머스에 한정됐던 수수료공개가 오픈마켓으로 확대되면 '역차별' 해소가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종전까지 공정위는 통신중개판매사업자(오픈마켓)가 아닌 통신판매사업자(소셜커머스)로 분류된 위메프, 티몬, 롯데닷컴 등의 사업자에 한해서만 판매 수수료율을 공개했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몸집이 큰 오픈마켓 사업자인 이베이코리아나 SK플래닛 11번가, 쿠팡 등과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거래액 기준 G마켓과 옥션, 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약 15조원, 11번가 8조원, 쿠팡은 5조원가량이다. 반면 소셜커머스 형태인 위메프와 티몬은 4조원가량으로 이들보다 최고 3배 이상 낮다. 

    실질적으로 거래액이 높은 오픈마켓을 제외한 소셜커머스에만 수수료를 공개하라는 정부의 정책이 역차별이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 ▲ 11번가 판매회원 가입하기. ⓒ11번가 홈페이지
    ▲ 11번가 판매회원 가입하기. ⓒ11번가 홈페이지


    그러나 오픈마켓 수수료공개가 실질적으로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전망과 오히려 이커머스 성장 둔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현재 대표 오픈마켓인 G마켓, 옥션, 11번가 등의 수수료는 품목별로 상이하지만, 통상적으로 8~12%가량으로 거의 흡사한 수준이다. 여기에 이미 판매자들은 해당 판매몰이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있어 사실상 수수료가 이미 공개되고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사실상 이미 판매자들은 수수료를 알고 있어 수수료가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정부에서 원하는 가격 인하나 판매자 부담 완화 등에 사실상 영향이 미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공정위가 '명목수수료'가 아닌 '실질수수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 오픈마켓은 기본 가격에 할인이 추가되더라도 같은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수수료 10%인 1만원짜리 사탕을 판매자가 팔면 오픈마켓은 1000원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그러나 판매자가 상품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50% 할인을 적용하면 상품은 5000원에 판매되지만, 수수료는 똑같이 1000원으로 측정된다. 즉 판매자가 할인을 크게 할 수록 실질수수료가 높아지는 구조다.

    수수료공개에 따른 이커머스 성장 둔화 가능성도 언급된다. 수수료 공개로 경쟁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상품을 판매할수록 유리한 이커머스가 출혈 경쟁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

    수수료가 공개될 경우 판매자가 업체 간 수수료로 입점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관련 기업들이 상품을 유치하기 위해 지나친 수수료 인하 방침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

    일반적으로 이커머스의 경우 포털사이트 상품 검색을 통해 들어오는 고객 유입량이 약 30%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취급하는 상품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기업들이 경쟁이 심화하면 가뜩이나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커머스업계의 사업 성장성이 더 뎌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이커머스업계에서는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면 모두 적자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1번가 1000억원, 쿠팡 5000억원, 위메프 500억원, 티몬 1000억원 수준의 적자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공개를 통해 제품 가격을 낮추고 투명한 거래 환경을 만들겠다는 공정위의 취지는 일리가 있고 시행되면 따를 예정"이라며 "다만 수수료가 공개될 경우 명확한 숫자가 공개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커머스 전체 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