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증명서 발급날짜·특정 업체 관련 평가위원 적정성 논란국토부·교통연구원 "평가 중이어서 언급 부적절"
  • ▲ 신안산선 노선도.ⓒ국토부
    ▲ 신안산선 노선도.ⓒ국토부

    총사업비 3조400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는 신안산선 건설사업이 공모과정의 잡음으로 말미암아 또다시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다.

    1차 평가에서 탈락한 NH농협생명 컨소시엄 측은 실격의 사유가 석연치 않고 평가위원에 경쟁하는 컨소시엄의 관련자가 포함돼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대형 건설사업에 재무적 투자자(FI) 참여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토교통부가 새로운 추세에 탄력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 건설사 주도 방식의 접근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제4차 신안산선 사업자 공모에 참여했다가 1차 PQ(입찰자격 사전심사)에서 탈락한 NH농협생명이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사전적격심사 효력 정지 임시처분신청을 냈다.

    지난 6일 농협생명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H건설 등 3개 업체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같은 내용의 임시처분신청을 낸 데 이어 이번엔 컨소시엄 주관사인 농협생명이 나서 PQ 탈락의 시비를 가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이다.

    농협생명은 사업평가 위탁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KOTI)이 인감증명서 등 일부 서류의 발급날짜를 문제 삼아 PQ에서 탈락하자 지난 6일 국토교통부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였다.

    신안산선 사업은 재공모를 통해 사업우선협상자로 지정됐던 트루벤 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하 트루벤)이 시설사업기본계획(RFP)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우선협상자 지위를 잃은 뒤 국토부를 상대로 자격 취소 결정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이다.

    농협생명 컨소시엄 측은 PQ 탈락 사유로 재원 조달이나 시공능력 같은 중대한 하자가 아니라 추후 보완할 수 있는 참고용 부속서류의 날짜를 꼬투리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재공모 때 트루벤이 일부 서류를 미흡하게 냈지만, 문제없이 PQ를 통과했던 만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알려진 바로는 교통연구원은 PQ에서 인감증명서와 주주현황 서류의 발급날짜가 사업공모 고시일 이전 것이라는 이유로 농협생명 컨소시엄을 실격시켰다.

    국토부가 마련한 RFP 사업계획서 작성지침에는 '각종 증명서는 본 계획을 고시한 날로부터 발행된 것만 유효하고 다만, 불가피하게 고시일 이전의 것을 낼 때는 사유서를 부속서류에 첨부해야 한다'고 돼 있다.

    농협생명 컨소시엄 관계자는 "(사유서를 냈고) 사유서를 제출하면 실격한다는 조항도 없다"며 "인감증명서는 평가대상 서류도 아니고 단지 인감신고서를 확인하는 부속서류일 뿐이며 법적인 유효기간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기관과 삼성물산, 서현기술단이 컨소시엄에 참여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재무능력과 시공능력, 설계능력에 문제가 없는 데 인감증명서의 날짜가 고시일 6일 전 것이라는 이유로 탈락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특히 농협생명 컨소시엄은 평가위원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PQ 평가위원 중에 경쟁 컨소시엄 주관사인 포스코건설의 자문변호사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농협생명 컨소시엄 주장에 따르면 해당 평가위원이 서류발급 날짜의 부적격성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농협생명 컨소시엄은 평가기관에 대해서도 불신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1~3차 공모 때는 평가기관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였는데 이번 공모에서 비평가기관인 교통연구원으로 변경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와 교통연구원은 평가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RFP는 국토부가 만들었지만, 평가는 외부 평가기관에 맡겼다"면서 "여러 논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평가가 진행 중이어서 지금은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교통연구원 평가 위탁의 부적격성을 문제 삼는 것과 관련해선 "교통연구원은 기획재정부가 민간투자법에 따라 지정한 평가기관이므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교통연구원 평가단 부단장인 김연규 박사도 "교통연구원은 과거 용인경전철과 인천공항 철도 등의 평가를 담당했던 경험이 있는 지정된 평가기관"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김 박사도 "현재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여러 논란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며 "이달 말 평가가 끝나면 그때 여러 질문에 답하겠다"고 했다.

    신안산선은 공모 과정에서 사업제안자인 포스코건설 봐주기 논란이 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국토부가 RFP를 손질해 대표사업자 참여요건을 강화하면서 절차상 필요한 기재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를 거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당시 국토부는 민투심을 열지는 않았지만, 기재부와 사전 협의를 거쳤다며 문제 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표사업자 요건 변경은 사업참여의 중요한 변수임에도 국토부가 절차를 생략했다며 포스코건설을 밀어주려고 다른 투자자의 참여기회를 박탈한 거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