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빈자리 노리는 중견사들… 잇단 수주낭보'규제정점' 강남재건축 떠나 서울 외 지역行
  • ▲ 자료사진.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일대. ⓒ연합뉴스
    ▲ 자료사진.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일대. ⓒ연합뉴스


    연초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중견건설사들 공세가 눈에 띈다. 대형건설사들이 지난해 강남권 재건축 수주 여파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눈치보기에 돌입한 사이 사업지들을 선점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재건축·재개발시장이 주춤하면서 수도권 외 지역정비사업 수주전이 한창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건설은 지난 9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4가 일대 '동선2구역'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됐다. 단지는 8개동·전용 39~84㎡·326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제일건설 측은 "서울 정비사업에서 시공사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성북구 첫 '제일풍경채'인 만큼 일대 최고의 랜드마크 아파트를 짓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금강주택은 지난 3일 인천 남구 법조타운 일대 '학익4구역' 주택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창사 이래 첫 정비사업 수주고를 올렸다. 법조타운 일대 재개발은 지난해 SK건설(학익1구역)·지난달 대우건설(학익3구역) 등 대형사가 잇달아 시공사로 선정된 바 있다.

    금강주택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도시정비사업팀을 꾸린 이후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라며 "앞으로 자체사업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극동건설은 충남 천안시에서 1224가구 규모 '천안주공4단지'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했다. 극동건설은 2012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고 2014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졸업한 이후 사업이 한동안 뜸했다.

    극동건설 측은 "이번 대형 사업 수주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재진입한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모아종합건설은 4일 인천 부평구 십정4구역 재개발 공사를 따내면서 수도권 정비사업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으며 동부건설도 경기 부천시 괴안동 '괴안2D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수주하면서 올해 '마수걸이'를 신고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최근 수도권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중견·중소건설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원인으로 '대형사 부재'를 꼽았다.

    실제 대형사들은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 1·2위를 차지한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으며, 서울 반포와 잠실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대림산업·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도 두드러진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면서 올 들어 시공사를 모집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과 서대문구 가재울8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은 유효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모두 자동 유찰됐다.

    서울 재건축 사업장을 둘러싼 환경이 쉽지 않게 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예상액 등이 공개되면서 사업진행을 두고 조합내부에서 다음 정부까지 기다리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며 "사업 중단 리스크가 확대된 만큼 서울지역 사업장을 주요 타깃으로 한 대형사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주가뭄을 예상한 발 빠른 대처라는 평가도 있다. 부동산시장 한파를 뚫기 위해 연초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줄어든 공공택지 공급에 정부의 잇단 부동산시장 규제로 주택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중견사들이 돌파구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며 "대형사들이 정비사업 관련 경찰 조사 등으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틈을 타 공격적인 정비사업 수주로 곳간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동산 규제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로운 서울 외 지역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과 시공사 모두 정부의 강남 재건축 비리조사와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여파를 관망하고 있는 만큼 강남 재건축보다는 서울 외 지역으로 사업목표를 변경하고 있는 것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7일 대구 동구 신암1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선정총회에서 포스코사업단(포스코건설·호반건설 컨소시엄)을 다섯 표 차이로 따돌리고 최종 사업권을 가져갔다. 코오롱글로벌의 시공능력평가순위는 19위로, 상위 업체인 포스코건설(5위)과 호반건설(13위) 컨소를 단독으로 따돌리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대구에서는 이에 앞서 호반건설이 서구 내당동 주택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다. 호반건설의 대구 정비사업 첫 진출작으로, 내당동 936-1 일대에 38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한화건설이 코오롱글로벌과의 경쟁 끝에 북구 덕천2구역(793가구) 재건축 시공권을 획득했다. 한화건설은 앞서 수주한 덕천2-1구역과 덕천2구역을 하나로 이어 '꿈에그린' 브랜드 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대전에서는 SK건설이 중구 중촌동1구역 재건축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연초부터 SK건설과 삼호가 총력전을 펼쳐 업계 주목을 받았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서울 강남만큼 사업성은 안 되지만, 강남 재건축에 대한 정부의 규제·감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안정성이 담보된 지방 유망사업지 위주로 수주 영업 방향을 확대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대치동 대치쌍용2차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일대 등 지난해 시공사를 찾아 나섰다가 나란히 고배를 마셨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이 설 연휴 이후 일제히 시공사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정부의 재건축시장 감시와 규제로 대형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지만, 대어급 사업지에서는 메이저 시공사들의 관심이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