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사회적기업 국제포럼 통해 처음 영감 얻어2010년 혼외자 얻으면서 새로운 인생에 눈을 떠2014년 옥중에서 책 출간으로 경영철학 집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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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얘기는 사회적가치 창출이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이른바 사회적기업이라는 말로 통용되면서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의 철학은 기존의 형태와는 접근 방식이 확연하게 다르다. 단순히 소외계층 또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기업이 망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이고 절실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SK 최태원 회장의 머릿 속에 가득찬 사회적가치 창출이라는 새로운 경영철학은 도대체 언제부터, 왜 시작됐을까. 최 회장 인생을 되짚어 볼때 크게 세번의 변곡점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SK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거대한 패러다임이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 회장이 사회적가치에 눈 뜨게 된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을 통해 처음으로 영감을 얻게 됐다. 이것이 첫 번째 터닝 포인트다.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단순하게 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을 처음 갖게 된 것이다. 기업 역할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온 것이다.


    두 번째 터닝 포인트는 현재 같이 살고 있는 동거인 김희영씨를 만나고 딸 최모양을 얻게 된 2010년으로 추정된다. 이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끝난 상황에서 새롭게 만난 김희영씨와 그 사이에서 낳은 늦둥이 딸을 보면서 인생 철학이 바뀌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15년 12월에 혼외자가 있다는 것을 언론에 고백하게 된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번 뿐인 인생, 남은 인생을 사랑하는 여자, 딸과 함께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그런 고백을 하게 됐다.


    일각에서 제기될 수많은 질타와 비난을 최 회장 본인이 몰랐을리 없지만, 결단을 내린 것이다. 최근 기자는 최 회장과 동거인, 딸이 영화관에서 여느 가족들처럼 편하게 영화관람을 했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달라진 최 회장의 인생관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노소영 관장과의 이혼 수순에 들어갔고, 지난 13일 3차 이혼조정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더 이상 조정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어 최 회장 부부는 향후 이혼 소송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혼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노 관장과 달리 최 회장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터닝 포인트는 옥중 생활이다. 남부럽지 않게 살던 대기업 총수가 감옥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인생에 대해, 기업 경영에 대해, 사회에 대해 여러가지 관점에서 다양한 고민들을 하게 됐고, 이곳에서 그의 생각은 책으로 총망라됐다. 그가 2014년 10월에 출간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이라는 책은 사회적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를 정리한 것이다. 특히 최 회장이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될 때 왼쪽 손에 들고 나오던 성경책은 사회적가치에 방점을 찍게 한다.


    결국 그는 2016년 10월 SKMS(SK 매니지먼트시스템)의 정관을 변경했다. SKMS는 SK그룹 내에서 이른바 헌법 같은 것이다. 즉, 헌법을 개헌하면서 기업의 경영철학에 사회적가치 창출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후 지난해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와 올해 '딥 체인지 2.0'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갑자기 생겨난 경영철학이 아니라 약 10년에 걸쳐 꾸준히 업그레이드 되면서 개념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적가치라는 얘기다. 아직까지 그룹 계열사 CEO 및 임직원들도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어 보이지만, 최 회장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힘든 길을 선택한 최 회장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의 인생은 물론 SK그룹, 우리 사회까지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