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최소 53% 관세 부과 담은 보고서 백악관에 제출정부, 뒤늦게 대응 나섰지만 뾰족한 대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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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를 둘러싼 국내 철강업계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백악관에 전달하며, 한국을 포함한 12개국 철강재에 최소 53% 관세를 부과하는 규제안을 발표하면서다.

    뒤늦게 정부는 업계 관계자들을 모아 대책 회의에 들어갔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국내 철강사들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미국 시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각) 수입 철강재가 자국의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을 포함한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12개국 철강재에 최소 53%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외 모든 수입산에 최소 24%의 관세를 물리는 조치와 국가별 대(對)미국 수출을 2017년의 63% 수준으로 제한하는 쿼터 제도도 담겼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대통령 직권으로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침해하는지 조사한 뒤 즉각 수입을 전면 금지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초강력 무역 제재 조치다. 때문에 국내 철강사들은 지난해 미국 상무부의 조사가 시작된 이후 큰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은 수차례 만나면서 무역확장법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잘해보자'란 원론적인 결론만 도출해 형식적인 회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다 지난 12월 21일 미국 상무부의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철강 수입규제 민관 합동 워크숍을 열고 '수출을 줄여보자'는데 뜻을 맞췄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게 됐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 발표를 한달 남겨둔 시점에서 수출을 줄이자는 등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일했다"면서 "지난해 처음 무역확장법 얘기가 나왔을때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지금 상황까진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토했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무역확장법 규제를 타개할 만한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 판정은 이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제소하는 방법도 소득을 얻기 어렵다.

    이같은 미국의 분위기를 파악한 중국은 무역확장법 발동 시 보복조치를 시사했다. 결국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액션도 보복조치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게 업계 판단이다.

    철강 통상 전문가는 "현재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보호무역을 넘어 상호무역으로 가려는 것"이라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교섭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에 맞는 보복조치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WTO보다 구속력이 강한 미국 국제무역법원(CIT)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화여대 최원목 교수는 ""WTO 제소로 무역질서가 잡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미국이 적용하려는 규제를 풀기 위해서는 국제무역법원 항소가 필요하다. 이는 무역확장법 232조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철강협회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국 철강재 수출은 전년 대비 5.3% 감소한 354만톤을 기록했다. 반면 동기간 수출액은 21.4% 증가한 326억달러(약 3조5000억원)에 달했다. 수출량이 줄었음에도 주요 수출품목인 강관의 가격 상승으로 수출액은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