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프로필 삭제도 요청… 카이스트 특강 배정 보류
  • ▲ 단국대 석좌교수로 2008년 임용된 후 10년가량 교단에 몸담았던 고은 시인이 최근 대학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뉴시스
    ▲ 단국대 석좌교수로 2008년 임용된 후 10년가량 교단에 몸담았던 고은 시인이 최근 대학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뉴시스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고은 시인이 10년 가까이 석좌교수로 활동했던 대학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단국대 문예창작과 석좌교수로 임용된 고 시인은 특강 등을 맡아왔으며, 2010년에는 이 대학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학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고은 시인은 지난해 12월 최영미 시인이 황해문화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에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됐다. 최 시인은 자신의 작품에 'En선생'의 성추행 상황 등을 묘사한 내용을 담았고, En선생으로 고인 시인이 지목되면서 부정적인 여론에 휩싸였다.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고은 시인은 설 연휴 중 그동안 몸 담은 단국대에 석좌교수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석좌교수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지만,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교단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여진다.

    단국대 관계자는 20일 "고은 시인이 단국대에 '이런 일이 벌어져 학교에 누를 끼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사직하겠다'고 전하셨다. 사직서는 수리됐다.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된 프로필을 내리는 것도 요청하셨다" 말했다.

    현재 단국대 문예창작과 홈페이지에 게재된 '특별교원' 소개에서 고은 시인의 프로필은 삭제된 상태다.

    석좌교수직에서 물러난 고은 시인은 최근 경기 광교산 자락에 마련된 '문화향수의 집'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수원시 측에 전달했다. 문화향수의 집은 수원시가 2013년 8월 고은 시인의 집필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한 거처다.

    새학기 개강을 앞둔 상황에서 앞서 고은 시인을 초빙했던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은 강의 계획에 그의 이름을 올리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11월 그는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초빙석좌교수로 임명된 뒤 석사 리더십 강좌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재학생 인문학적 소양 확대 등을 위해 카이스트는 고은 시인을 초빙, 2019년 10월까지 특강 등을 맡길 예정이었다.

    단국대에 사직서를 제출한 그는 아직 카이스트에 사직 입장을 전달하지 않은 상태로, 학교 측은 거취를 논의 중이다.

    카이스트 측은 "고은 시인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초빙석좌교수로 모실 때 1년에 4차례 특강을 진행하는 것으로 논의를 했었는데 현재 예산이 편성된 것이 없어, 강의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는 상태다. 거취에 대해서는 관련 학부, 부서에서 논의 중이며 고은 시인이 그만둔다는 입장은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