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 "일방적·왜곡된 주장… 공론의 장 열리면 입장 밝힐 것"
  • ▲ SRT.ⓒ연합뉴스
    ▲ SRT.ⓒ연합뉴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철도청 부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처럼 살아난 ㈜에스알(SR)과의 통합논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노사가 의기투합하고 나섰다. 오영식 신임 사장이 취임사에서 화두를 던지며 끌어주자 노조가 설 명절 여론몰이에 동참하며 밀어주는 모양새다.

    20일 철도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코레일은 지난 14~18일 설 특별수송 기간에 KTX는 물론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 객실 좌석에 코레일과 SR 통합의 당위성을 담은 전단을 꽂아 귀성·귀경객을 상대로 홍보전을 펼쳤다.

    전단은 코레일 노조가 만들어 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 노조는 전단에서 SR이 차량 정비 등의 투자비용은 코레일에 넘기고 높은 수익이 보장된 고속철도만 운영하는 가짜 경쟁으로 경영 이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요금을 10% 내렸다고 지적했다. SR의 요금 인하는 강남지역 이용자만 수혜를 본다며 요금 차별 문제도 부각했다.

    노조는 KTX와 수서발 고속철 SRT를 합치면 요금이 10% 내려가고 축소되거나 사라진 지방노선이 정상화된다고 호소했다. 수서역에서도 전주·마산 등으로 고속철도 운행이 가능해져 지역균형 발전에도 이바지한다고 주장했다.

    또 SRT 차량 정비와 시설유지 보수를 코레일 직원이 맡고 있다며 코레일과 SR을 분리해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나아가 철도시설공단과의 철도 상하통합 필요성도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철도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고 있지만, 세계 철도는 통합이 대세로 프랑스·중국·독일·일본 등 철도 강국은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독일은 운영부문 지주회사를 지주회사로 통합하고, 프랑스는 1997년 분리했던 철도운영공사(SNCF)와 철도시설공단(RFF)을 철도공사(SNCF) 그룹으로 합병했다고 부연했다.

    노조는 세계 철도 강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남북철도와 유라시아 횡단열차 연결로 가는 철도의 미래는 통합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가 전단에서 밝힌 내용은 그동안 코레일이 주장했던 내용과 다르지 않다. SR 출범과 경쟁에 따른 서비스 질 개선이나 SR의 공공기관 지정, 그동안 코레일이 철도 독점체제 아래에서 고객 서비스를 등한시했던 것에 대한 반성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SR 관계자는 "SRT 차량 정비나 공용역 역무 등의 업무를 코레일이 수행하는 것은 맞지만, 코레일이 공짜로 해주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SR은 정비 등 업무 위탁에 대해 정당하게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통합논의에 대한) 공론의 장이 열리면 SR의 입장과 현황을 정확히 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오 사장이 취임하면서 SR과의 수평통합, 철도공단과의 수직통합에 다시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국토부는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코레일과 SR 측에 통합과 관련한 내용의 언론 보도 등 여론몰이를 자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코레일은 자체 위촉한 명예기자단을 활용해 온라인상에서 통합의 필요성을 호소해왔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명예기자단이 SR과의 통합 당위성에 대한 코레일의 논리를 블로그 등에 올리면 코레일 직원들이 해당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고 확산하는 방법을 써왔다"고 전했다.

    SNS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코레일의 홍보전은 오 사장 취임 이후 양상이 바뀌고 있다.

    오 사장은 지난 6일 취임하며 SR과의 통합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렸다. 그는 취임사에서 철도 공공성 강화를 언급하며 SR과의 통합을 첫 과제로 꼽았다.

    오 사장은 "SR과 통합은 공공성 강화와 국민편익 증진의 관점에서 더 미룰 수 없다"며 "가뜩이나 짧은 철도 거리를 인위적으로 분리하고 경쟁시키는 것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반감시켜 국가적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사장은 취임사에서 해고자 복직문제도 함께 거론했다. 취임 사흘째인 8일에는 철도노조와 해고자 복직에 전격 합의했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오 사장이 해고자 복직문제에 적극 나서자 노조가 코레일의 최대 이슈인 철도 통합 문제에 화답하며 힘을 보태는 모양새"라며 "전단에 오 사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남북철도 복원, 대륙철도 진출과 같은 내용도 짜깁기해 들어가 있다"고 했다.

    한편 코레일은 이번 설 특별수송 기간 총 250만명이 열차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KTX 135만명(하루평균 27만명), 일반열차 115만명(하루평균 23만명)이다.

    같은 기간 SRT 이용객은 총 33만9535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