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현대 등 선제적 '워라밸' 경영 환경 도입"비용적 부담 불구 선제적 도입, 근로시간 단축 충격 완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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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선제적 대응에 나섰던 유통업계가 비교적 여유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기업들의 추가 부담 비용이 늘 것으로 우려되고 있지만 한 발 앞서
'워크 앤드 라이프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 이하 워라밸)'를 경영에 도입한 유통업계는 급격한 변화에 의한 충격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신세계그룹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 1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실시한다고 밝혀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35시간 근무 적용은 대한민국 대기업 중 최초다.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신세계 임직원은 하루 7시간을 근무하게 되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to-5제'가 된다. 
업무 특성에 따라 오전 8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오전 10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등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신세계는 근로시간은 단축하면서도 
기존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고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임금인상 역시 추가로 진행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선도적인 '워라밸' 경영이 정용진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파격 실험'의 연장선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무적인 파격 실험을 넘어 경영 전반에 걸친 정 부회장의 추진력이 '주 35시간 근무제'를 실현케 했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시간 휴가제를 지난해 8월부터 도입해 시행해오고 있다.

일반 
기업에서는 연차를 절반으로 나눠 쓰는 '반차 휴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2시간 휴가제는 하루 근무시간 8시간 중 2시간 연차를 사용하면 개인 연차에서 0.25일이 빠지는 것이다. 2시간 휴가를 총 4번 사용하면 개인 연차 1일이 소진되는 셈. 

백화점의 경우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퇴근 시간이 다른 조직보다 늦기 때문에 퇴근 시간에 한해서만 2시간 휴가제가 시행된다. 매장 직원들이 2시간 휴가를 사용하면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할 수 있으며 본사 직원은 오후 4시에 퇴근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반차 휴가제는 현
재 점포별로 직원 절반가량이 사용 했고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자녀를 둔 기혼 여성 직원이나 임산부 직원, 결혼을 앞둔 미혼 직원이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개인적 용무도 보고 자기계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직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 ▲ 관련 사진. ⓒ롯데
    ▲ 관련 사진. ⓒ롯데


    롯데그룹도 강제소등과 시차출근제를 시행하는 등 '워라밸' 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직원들의 '스마트 워크'를 추구하기 위해 'PC-OFF' 제도를 도입했다. 퇴근시간 이후 PC가 자동으로 꺼짐으로써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고 직원들이 정시에 퇴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7년 11월부터는 'PC - OFF제도'를 확대해 출근 20분전에 컴퓨터가 켜지도록 하는 'PC -ON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2016년 5월부터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은 '가족 사랑의 날'로 지정해 30분 단축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본사 기준으로 근무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반까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저녁 6시까지 근무한다. 
    지난 2015년부터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근무자의 개인 여건에 따라 근무시간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시차 출근제와 더불어 사무실의 강제 소등을 확대하고 있다. 

    시차출근제는 '얼리버드(Early Bird)형(오전 8시~ 오후 5시, 오전 8시30분~오후 3시30분)과 '슬로우 스타트(Slow Start)형(오전 9시30분~오후 6시30분. 오전 10시~오후 7시) 등 30분 단위 네 가지 타입으로 기존 오전 9시~오후 6시 출퇴근이 아닌 개개인의 업무 특성에 맞는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롯데마트는 2016년 1월부터 본사 전팀에서 시행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을 '가족 사랑의 날'로 정해 오후 6시 30분에 사무실을 강제 소등하던 것을 매일 강제 소등으로 확대 시행했다. 

    롯데슈퍼는 연차 지정제를 시행해 본사 직원들이 공휴일을 전후로 연차를 의무로 지정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팀 인원의 절반 정도가 전과 후로 분할해 모든 직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점포직원들은 매월 최소휴무를 보장하기 위해 휴무일수가 10개 미만인 달에 연차를 의무로 지정해 사용한다. 2016년 10월부터 시작된 연차지정제는 80% 이상의 시행율을 달성했다. 

    PC사용시간 경과시 자동종료되는 '해피타임제', 근로시간을 개인과 업무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일반 제조업 못지않은 고용 창출을 책임지고 있는 부문"이라며 "유통업계가 비용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에 앞서 선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운영하면서 이번 근로시간 단축에 의한 충격을 다른 기업에 비해 상당 부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업의 변화에 긍정적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 일부에서는 "인원을 늘리지 않고 근로시간만 단축하는 꼼수"라며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는 일부 대기업을 지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되면 계산원, 판매사원 등 유통업계 직원이 받는 월 급여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해 사실상 임금을 삭감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어떠한 제도든 도입 초기 단계에는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이해 당사자간 갈등과 오해가 야기될 수 밖에 없어 새로운 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갖고 근로시간 단축 기준을 세워 성공적인 사례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나서는 것은 노동 환경의 의미있는 변화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7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낸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주당 법정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게 되면 기업들이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휴일 중복 가산(통상임금 200%) 효과를 제외하고도 연간 12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업종별로 보면 근로시간 단축 비용의 약 60%에 해당하는 7조4000억원이 제조업에서 발생하고 기업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부담이 8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70%, 사업장별로는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3조3000억원,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5조3000억원이 각각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기업보다는 
    중소 ·영세기업들이 받을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공휴일 유급휴일제도가 도입되면서 고용을 추가로 늘려야 하고 공휴일에 근무할 경우 지급해야 할 임금수준도 오르게 되면서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