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풍선효과… 주민 vs 정부 '기싸움' 갈등 심화

[취재수첩] 정부 재건축규제, 부작용 잡을 '새 처방전' 필요

안전진단 강화 국민 반대 99%… 공감·수긍 원칙 바로서야

이보배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8.03.07 13: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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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진행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주민들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반대 집회. ⓒ양천연대


정부의 부동산규제 집중포화를 맞은 재건축시장에 새로운 처방전이 필요해 보인다. 올 들어 시행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이어 '재건축 부담금 추정액 발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시행' 등 전방위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를 잡겠다'고 시작된 정부의 부동산규제는 '두더지잡기 게임'에 비유되고 있다. 두더지가 튀어나오면 즉각 망치를 휘두르다보니 정책의 완성도 부족으로 역효과와 부작용이 생겼다.


먼저 청약조정 대상지역 지정을 통한 △1순위 청약자격 강화 △5년간 재당첨금지 등의 규제로 여신이 가능해도 청약을 할 수 없는 청약대기자가 늘었고, 청약가점제가 확대되면서 부모·조부모 불법 위장전입이 기승을 부렸다.


또 올해부터 분양권에 대한 양도세가 강화되자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양도세를 전가하는 '양도세 대납'이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강력한 부동산규제로 시장을 잡겠다는 정부의 목적과 달리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속담의 뜻을 확인시키며 정부 뺨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올 들어 정부의 규제가 집중되고 있는 재건축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1월1일 시작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에 이어 △'재건축 부담금 추정액' 발표  △안전진단 기준 강화 시행 등 재건축시장에 대한 전방위압박이 계속되면서 크고 작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규제로 문턱이 높아지면서 매물 품귀현상 및 새 아파트 가치 상승으로 일부 단지의 몸값과 분양권 프리미엄이 상승하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시행으로 강북권 재건축 사업 발목이 잡히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실제 강남 일부 단지 분양권은 최고 6억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다. 


안전진단 기준 강화 시행으로 촉발된 강남과 비강남 재건축단지에 온도차가 비강남권 아파트 단지 주민들과 정부의 갈등을 심화시킨 것도 문제다. 

 

정부는 "새로운 기준이 시행되기 전 강화된 규제를 빠져나가는 재건축 단지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서두른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세웠고, 지체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비강남권 주민들은 "비강남 주민을 두 번 죽이는 국토부의 만행"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서울 양천·노원·마포구 등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결성한 '비강남 국민연대'는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 강화 시행을 반대하며 헌법소원은 물론 문재인정권의 퇴진운동과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부 주민들은 특정 정치인을 거론하며 '분노'한다는 표현도 서슴치 않고 있어, 정부의 재건축규제가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신문고 전자공청회 게시판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대한 전체 2481건의 의견 중 △반대의견이 1801건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찬성의견은 28건에 불과해 반대비율이 무려 98.5%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재건축단지 주민들과 기싸움을 벌이기 보다 이들이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일부 의견수렴을 통해 주차난, 소방활동 용이성 항목 가중치를 조정한 마당에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수긍하는 원칙을 세워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처방전'을 내놓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 호응을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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