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수주액 3년 만 마이너스 변동률 기록국제유가·美금리 등 해외시장도 여전히 불안
  • ▲ 서울시내 한 소규모 건축 현장. ⓒ성재용 기자
    ▲ 서울시내 한 소규모 건축 현장. ⓒ성재용 기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3년간 호조를 보인 건설기업들의 국내수주가 민간주택 경기위축으로 지난해 한 풀 꺾였다.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잇단 정부규제에 따른 주택경기 위축과 SOC예산 감축에 의한 공공부문 먹거리 감소, 여전히 불확실한 해외시장 등 건설업을 지탱하는 세 축 모두 불안한 상황이다.

    8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대비 2.7% 줄어든 160조원을 기록했다. 공공수주가 0.3%, 민간수주는 3.7% 감소했다.

    건설수주는 2013년 91조원에 그쳤으나, 2014년 17.7% 증가하면서 1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15년 47.0% 급증하면서 158조원으로 크게 뛰었다. 2016년에는 164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년대비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수주 감소에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로 인해 지난 몇 년간 상승세를 견인한 민간주택 수주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민간주택 수주는 전년대비 10% 이상 줄어들면서 전체 수주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토목의 경우 발전소와 기계설치 수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전년대비 32.9% 증가한 14조원을 기록했다. 비주택 건축 수주 역시 하반기 금리 상승으로 전년대비 줄어든 38조원을 기록했으나, 감소폭이 2.7%에 불과하면서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반면 주택 수주에서 전년대비 10.3% 줄어든 60조원을 기록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재건축 수주는 증가했지만, 부동산 규제 강화 영향으로 신규주택 수주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 부문도 전년대비 감소한 47조원에 그쳤다. 토목의 경우 전년보다 증가했으나, 건축 수주가 감소했다. 공공 주택은 전년대비 3.3% 감소한 8조원에 머물렀다.

    세부 공종별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 역시 신규주택 수주다. 신규주택 수주가 전체 건설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8.2%에서 2017년 32.2%로 6.9%p 하락했다. 다만 재건축 수주는 4.7%에서 7.6%로 2.9%p 상승했다.

    재건축을 제외한 국내 민간주택 부문 비중이 크지 않은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이미 신규수주 감소세가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주요 상장 5개 대형사의 연간 신규수주액은 2015년 73조7678억원에서 2016년 62조9297억원, 2017년 59조5750억원 등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현대건설만 2년 전에 비해 증가(19조→21조원)했을 뿐 나머지 4개사는 모두 평균 29.8% 감소했다. 대림산업이 52.8%로 2년새 가장 많이 줄어들었으며 삼성물산 27.6%, 대우건설 23.3%, GS건설 16.1% 등의 순으로 감소했다.

    올해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연초부터 잇따른 정부의 재건축 압박 카드 등 강화된 부동산 규제에 SOC 예산 감소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민간시장 위축에 따른 건설수주 하락세가 2년 연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산연 관계자는 "매년 건설 수주액을 좌우하는 것은 민간주택 부문 수주"라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에 이어 하반기에도 보유세가 개편되는 등 하방요인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SOC 예산 축소로 공공 부문 발주도 점차 감소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큰 해외수주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해외수주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해외건설협회 집계 결과 올 들어 2월까지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수주액은 모두 6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억달러에 비해 142% 증가했다.

    국제유가도 지난달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하락을 기록했으며 3월 첫 거래일에도 약세를 이어가면서 해외수주 실적 감소세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1일(현지시각)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1%(0.65달러) 하락한 60.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2월 말 2.2% 급락했다. 2월 4.7% 하락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첫 월간 하락을 기록한 4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도 마찬가지다. 1일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65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해외수주액이 600억~700억달러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배럴당 90~100달러 수준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동 국가들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이상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달러가치가 상승하면서 국제유가를 전망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ed)가 올해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중동 지역 발주량 확대를 억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세와 미국 기준금리의 불안전성으로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는 변동성이 크다"며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중동 지역에서 발주량 확대보다는 외화 확보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지역 압박 정책도 여전한 악재로 꼽힌다. 이란이 대표적이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핵 협상을 타결하면서 이란 지역 발주량 확대를 기대했지만, 이듬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란 지역 발주 확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준양 한국산업은행 차장은 "국내 기업들의 주요 진출지역인 중동의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신규 지역 진출에는 일정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유가가 2017년 이후 점차 상승 중이지만, 과거 저유가 지속으로 재정이 악화된 중동 국가들의 발주는 2020년 이후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무리한 해외수주에 따른 국내 기업의 대규모 손실 발생, 해외건설시장의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 및 국내 건설경기 호황으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수주에 소극적이었다"며 "미주 및 유럽 지역으로의 진출이 필요하지만, 현재 경쟁력 수준으로는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