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따라 바뀌는 정부기관 유권해석 우려"

[취재수첩] 한 사람만을 '표적'으로 한 법 제정 논란

금융위, '금융실명제 개정' 배경으로 '이건희 차명계좌' 지목
헌법상 '평등권' 침해 발생… "소급 보다 무서운 반기업정서"

윤진우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8.03.13 07: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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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 논란을 계기로 금융실명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최근 '금융실명제 제도 개선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논란을 계기로 제재 대상과 강도를 높이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1993년 9월 시행된 금융실명제는 실명제 시행 전에 만들어진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반면 시행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실소유주가 아니라도 실명확인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금융실명제의 목적이 '실명 확인'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금융위는 논란이 확산되자 "개설 시기와 무관하게 기존 형사처벌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금융실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탈법에 이용된 차명계좌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탈법 목적의 차명거래 규제강화를 위한 실명법 등 법률안이 최대한 신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입법적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론에 따라 바뀌는 정부기관의 유권해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특정 대기업 오너를 표적으로 하는 소급 입법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헌법상 평등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금융위는 실명제 개정 배경으로 이건희 차명계좌 논란을 적극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 부과 대상이 실명제 시행 후 개설된 차명계좌로 확대될 경우 소급 입법 논란도 확산될 수 있다. 이미 폐쇄된 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놓고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선 법을 개정하더라도 과장금을 부과하는 등 소급 적용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아 실효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같은 법의 해석을 2년만에 바꾼 것처럼 금융위가 정권에 맞는 고무줄 잣대를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소급 입법보다 무서운 게 반기업정서"라며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는 것처럼 보여 우려스럽다"고 했다.

금융위는 과징금 액수를 높이기 위해 과징금 부과율을 높이거나 산정을 차명계좌가 적발된 시점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차명계좌의 출금을 막는 지급 정지 제도를 도입해 과징금을 피하는 편법도 막겠다고 했다.

탈법 등 허점을 막기 위한 개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탈법이 확인되면 누구라도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개정이 특정인을 표적으로 하거나 정권, 적용 시점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된다. 이 또한 당연한 이야기다. 법은 언제나 평등하고 공정해야한다. 상대가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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