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금융권 신뢰도

금융권 힘 빠진 채용비리 수사… 관련 재판도 안개 속

최흥식 원장 “공정성 담보 차원” 사임 결정
‘추천과 청탁사이’ 검찰도 명분 찾기 분주

차진형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8.03.13 09: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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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융감독원이 취임 6개월만에 자진 사임했다. 역대 금감원장 중 최단명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뉴데일리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에 빌미를 제공했던 최흥식 금감원장이 자진 사임했다. 본인 역시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지인의 자녀를 추천했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흥식 원장은 12일 사임 발표와 함께 “최근 본인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임할 당시 하나은행의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본인은 하나은행의 인사에 간여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당시 본인의 행위가 현재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고 금융권의 채용비리 조사를 맡은 금융감독원의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직원에게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직무 수행에 만전을 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라며 KEB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단 운영을 맡겼다.

금감원 내부는 혼란에 빠졌다. 수사를 의뢰한 감독기관 최고 수장이 오히려 비리에 연루된 탓이다.

일단 금감원은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직무를 대행하고 예정대로 특별검사단을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스스로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 조직쇄신을 주문했던 감사원이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채용비리 사태의 출발점은 감사원의 ‘금감원 기관 운영 감사’를 통해 시작됐다.

당시 감사원은 고위 임원들의 채용비리 사실을 적발하고 검찰은 서태종 전 수석부원장 등 3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 바 있다.

그러나 정작 금융감독원 신입 공채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사자는 이문종 금감원 전 총무국장뿐이다. 전결권자인 서태종 전 수석부원장, 김수인 전 부원장보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당시 사건과 연루된 김용환 NH금융지주 회장도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도 은행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명분 찾기가 애매한 형국이다.

범죄 혐의로 ‘업무상 방해죄’를 적용하고 있지만 어디 은행은 불구속, 어디 은행은 구속 등 추천과 청탁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역시 채용비리 적발 기준을 추천자 명단에 기재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추천 대상자 모두를 부정 채용으로 본 게 아니라며 최흥식 원장을 옹호하는 분위기다.

실제 재판부도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과 법적 다툼여지가 남아있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발부하지 않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구속 기소된 은행의 경우 집행유예로 끝나겠지만 실무자가 구속된 경우는 검찰이 청탁 정황을 파고 있어 형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인사담당자의 경우 CEO가 추천한 인사를 무시하긴 힘들다. 결국 청탁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는 한 직원들만 피해를 보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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