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회사채 670억원 오버부킹… 분위기 고조대우건설發 해외부실… "시장신뢰 아직 회복 못 해"
  • ▲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공사 현장(3).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공사 현장(3). ⓒ성재용 기자


    연초부터 온탕과 냉탕을 오갔던 건설 회사채시장에 마침내 봄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태영건설 회사채 발행이 마무리되면서 대림산업·SK건설 등도 잇달아 발행을 앞두고 있다. 건설사들 대부분이 실적개선에 성공하면서 훈풍이 기대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리스크가 내재돼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봄기운을 느끼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연내 335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대림산업은 다음 달 초 공모회사채 15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해 최근 주관사단 선정을 마무리했다. 3년물과 5년물로 구성할 계획이다.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5개 증권사다.

    올해 회사채 3150억원 만기가 도래하는 SK건설은 회사채 발행을 위해 주관사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복수 증권사들에 입찰제한요청서(RFP)를 뿌린 뒤 제안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건설은 4월 중순을 목표로 3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어치를 찍을 계획이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대림산업·SK건설 등 대기업 계열사들은 과거 빈번한 손실을 경험한 뒤 효율적 리스크 관리가 되고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며 "지난해 공모채 흥행 등 이미 기관투자자들 역시 어느 정도 이를 감안해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회사채 발행에 나선 태영건설이 건설회사채에 대한 기관수요를 재확인시켜 준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지난달 말 태영건설은 회사채 5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1170억원의 주문을 확보한 바 있다. 오버부킹을 기록한 태영건설은 300억원을 증액해 총 8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취약업종으로 분류됐던 건설사들의 실적이 일부 개선되면서 자금조달 환경도 우호적으로 변했다"며 "건설사들의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최상위 건설사들의 안전성과 고금리를 노리는 투자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사 회사채 발행 흥행이 지속될 지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정보센터 집계 결과 올해 10대 건설사들이 상환해야 하는 공·사모 회사채 규모는 총 2조2900억원이다.  1조원 수준이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20%가량 많다. 상반기에는 9200억원, 하반기에는 1조3700억원을 상환해야 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기도래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물산. 삼성물산이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는 모두 9700억원어치다. 대림산업과 SK건설이 각각 3350억원·315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현대건설 1900억원 △롯데건설 1700억원 △현대산업개발·포스코건설·대우건설 1000억원 등이 올해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건설 회사채 흥행이 쉽지만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개 건설업의 경우 경기에 민감하고 변동성이 심하다는 이유로 회사채시장에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해외사업 리스크가 적고 주택 등 국내사업 실적이 좋은 건설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지만, 해외사업장에 대한 잠재 위험이 여전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투자심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도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일부 건설사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연초만하더라도 대형사들의 회사채 훈풍 기류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2월1일 현대건설이 올해 첫 회사채 공모에서 흥행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당시 3년물 700억원, 5년 물 800억원 총 1500억원 규모 공모에 6400억원가량이 몰렸다.

    하지만 일주일 뒤 해외손실로 인해 대우건설 매각이 무산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해외부실 등 건설사들이 안고 있는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투자자들의 심리 역시 위축됐다. 그러면서 공모채 발행을 검토했던 A급 건설사들의 일정도 잠정 중단됐다.

    A금융투자 연구원은 "태영건설의 경우 해외사업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라며 "대우건설 어닝쇼크가 잠잠해질 때까지 당분간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만이 회사채 시장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B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년간 해외사업 부실을 반영했다지만, 앞으로 어디서 얼마나 부실이 또 다시 드러날 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해외사업 상황에 따라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