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수사·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압박수위 최고조CEO·임직원 몸 사려 공식 행사·외부 활동 최대한 자제
  • ▲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 뉴데일리
    ▲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 뉴데일리

    최근 금융사 CEO들의 경영 행보가 잠잠하다.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으로 고강도 수사가 연일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CEO 및 사외이사 선임 기준까지 강화하자 최대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15일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CEO와 사외이사 선임 관련 요건을 이전보다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금융사의 경우 국민 재산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부적절한 경영이 국민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큰 만큼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공적규율 필요성이 커 이번 개선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과거부터 꾸준히 금융사 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개선해왔지만 여전히 주주들과 금융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사들은 내부적으로 CEO 자격기준과 승계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매년 후보자군 적정성 평가와 관리 내역을 주주에게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게다가 앞으로는 사외이사 연임을 결정하는데 있어 외부기관 평가도 수행해야하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를 순차적으로 교체하게 됐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금융사 역시 민간회사인데 CEO와 사외이사 등 경영진 선임까지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관치나 다름없다는 시각이다.

금융당국은 제도를 뜯어 고쳐 CEO 영향력을 제한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경영 간섭, 낙하산 인사, 사외이사의 지나친 영향력 확대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로 은행 본점과 CEO, 인사 관련 담당자 자택 압수수색까지 이어지면서 금융권은 점점 얼어붙고 있다.

통상 은행에서 1분기는 연간 순익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보니 CEO는 물론 전 임직원이 경영과 영업에 집중하는 시기다. 

그러다보니 금융사 CEO들은 글로벌 사업을 비롯해 인수합병(M&A) 추진은 물론 현장을 발로 뛰며 직원들과 소통하고 기관영업을 하는데 주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는 당국과의 마찰로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윤 회장이 주력 과제로 내세운 생명보험사 M&A 추진 작업은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ING생명 대주주인 사모펀드운용사 MBK가 금융지주사를 상대로 먼저 매각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과 가장 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하나금융지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정태 회장은 연임 이후 디지털 금융과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포부를 밝혔지만 큰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KB금융이나 하나금융 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와 은행들도 몸을 사리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초 새 서비스를 론칭하며 공식 행사를 준비했던 A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자제 권고를 받은 뒤 비공식 행사로 전환했고, 수장이 교체된 B은행은 이러한 상황을 의식해 행장 공식 인터뷰나 언론 간담회 등을 열지 않기로 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 등 제도 개편까지 내놓으며 대대적으로 금융권을 흔들고 있다"며 "은행들이 지난해 순익 기록을 갱신하고 최고 실적을 내놓는 등 승승장구해왔으나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면 실적은 물론 사업 부문에서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