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공단, 버스 포함 수요응답형교통 구축… 지자체 참여가 관건
  • ▲ 전라남도 1호 '100원 택시' 살펴보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전라남도 1호 '100원 택시' 살펴보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국토교통부의 실패한 전국 콜택시 통합 서비스(1333 콜택시)가 문재인 대통령의 농산어촌 교통공약 실현을 위한 기반 서비스로 재활용된다. 다만 '1333' 단일번호는 사용되지 않는다.

    1333 콜택시를 위탁 운영했던 국토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은 택시뿐 아니라 버스까지 연계 교통수단을 확장해 전국적인 수요응답형교통체계(DRT)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20일 국토부와 공단에 따르면 1333 콜택시는 지난해 12월 서비스가 중단됐다. 현재는 전화를 걸면 서비스 중단 안내에 이어 지방국토관리청 도로교통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교통정보와 사고접수 서비스로 연결된다.

    1333 콜택시는 정부가 전국 어디서나 하나의 번호로 쉽게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통합콜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이었다. 2014년 대전·인천·대구지역 시범사업을 거쳐 서울지역으로 서비스가 확대됐다.

    하지만 상담원을 통하는 고전적인 음성 연결 방식이 주를 이룬 데다 카카오택시 등 대형 업체가 모바일 콜택시 시장에 진출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설상가상 감사원은 민간분야와의 서비스 중복을 이유로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국토부가 추진하던 3단계 구축사업은 중단됐다. 감사원 자료를 보면 2016년 1분기 카카오택시는 하루 평균 70만8827건의 콜(호출)을 처리했다. 반면 1333 콜택시는 1780건에 그쳐 카카오택시의 0.25% 수준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이후 장애인콜택시 등을 추진하는 지자체에서 이미 구축한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1333 콜택시는 시스템 구축비와 운영비로 40억 원쯤의 혈세만 낭비한 셈이 됐다.

    그러나 1333 콜택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재활용의 기회를 얻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교통공약의 하나로 농산어촌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겠다며 '100원 택시' 전국 확산을 내세웠다.

    100원 택시는 버스가 운행하지 않거나 정류장과 마을 사이가 500m 이상 떨어져 있어 버스 이용이 불편한 마을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교통수단이다. 승객이 최소 요금(100원)에 택시를 이용하면 나머지 요금은 지자체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남도는 2014년부터 100원 택시 사업을 벌여 지역 주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국토부와 공단은 1333 콜택시 시스템을 기반으로 전국적인 수요응답형교통체계(DRT)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현웅 공단 선임연구원은 "시골이나 도시 변두리, 두메 지역은 기사들이 카카오택시를 많이 쓰지 않아 택시 이용이 불편하다"며 "시골 어르신들은 유선전화를 선호하는 데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도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은 1333 콜택시가 이미 구축한 콜센터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100원 택시를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공단이 콜택시 운영에 필요한 통합 플랫폼을 추가로 개발해 제공하면 각 지자체 콜센터가 이를 통해 수요에 맞게 배차 등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1333' 단일번호는 사용하지 않는다. 지역주민에게 익숙한 지자체별 콜센터 번호를 그대로 사용한다.

    한 선임연구원은 "100원 택시를 운영하면 보조금 정산이 필요하다"며 "가짜 영수증으로 지원금을 부당 신청할 수 있으므로 택시 미터기 요금 정보를 확인해 실제로 승객을 태웠는지를 확인하는 관리정보시스템 등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DRT에 버스를 포함할 방침이다.

    한 선임연구원은 "면 단위 시골 마을을 운행하는 버스의 경우 승객이 없어도 공차 상태로 운행하거나 정작 필요한 시간에 차량 배차가 안 돼 오래 기다리는 사례가 적잖다"며 "앞으로 지자체별 콜센터에서 구축될 DRT를 활용하면 승객 수요에 맞춰 택시나 버스를 탄력적으로 배차할 수 있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단은 오는 9월까지 승객용 호출앱 등을 개발해 시험 운영한 뒤 10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해 관련 예산으로 2억원을 배정한 상태다.

    배중철 공단 교통빅데이터센터장은 "플랫폼 사용료는 최소한의 운영비만 받을 생각으로 지자체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국적인 서비스인 만큼 관건은 지자체의 참여에 달렸다. 현재 국토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시·군지역에 대해 사업참여 계획을 받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