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휩쓸려 구속…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제동'이사회 중심 선진화 방안-지배구조 개선안' 내놓을 듯대법원 선고 앞두고 직접 참석은 '부담'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3일 열리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반적인 평가다.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3일 열리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반적인 평가다. ⓒ뉴데일리DB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참석 및 등기이사직 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등기이사에 올랐지만 국정농단에 휩쓸려 구속된 탓에 제대로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당분간 등기이사 자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고심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등기이사를 그만둘 경우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등기이사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추진해 온 이사회 선진화 방안 등을 감안할 때 등기이사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한다. 특히 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책임경영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물러나지 않으리라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비등기 이사로 경영권을 행사했던 이 부회장이 이사회에 참여한 것은 오너일가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라며 "등기이사에서 물러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물러날 경우 자칫 혐의를 인정한 것처럼 해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활동한 건 두 차례다. 2016년 임시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후 처음 참가한 이사회(2016년 11월 2일)에서는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강조했고, 두 번째(2016년 11월 14일)에는 하만 인수 안건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실험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해 12월 열린 국회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국정농단 여파에 휩쓸리기 시작했고, 지난해 2월 구속되면서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에 제동이 걸렸다. 외국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 선임은 연기됐고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는 멈춰섰다.

    이 부회장이 풀려나면서 경영정상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사회 선진화 방안은 물론 지배구조 개선안도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진 규모를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확대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1명씩 늘린 것이다. 사내이사에는 이상훈 사장이 합류했고, 사외이사는 글로벌 기업 CEO(최고경영자), 여성 법학전문가, 반도체 전문가로 채워졌다. 외국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로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이 확정되면서 의사 결정의 투명성이 확보됐다.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안도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과 물산이 보유한 전자 주식을 매각하거나 일가 지분(5.37%)을 단순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어떤 경우라도 경영쇄신과 신뢰구축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유력한 복귀 시점으로 꼽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 무리가 따른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이 부회장은 석방 후 처음 열린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삼성 창립 기념일은 의미가 축소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1988년부터 3월 22일을 창립 기념일로 지켜왔지만, 이건희 회장 와병·이재용 부회장 구속·미래전략실 해체가 이어지면서 삼성물산 창립일로 한정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별도의 창립기념 행사가 없었다. 올해도 비슷할 것"이라며 "기념식 대신 복지시설과 지역사회를 방문하는 사회공헌활동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