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압박과 세제 혜택 등 실행 시기 임박한 듯정 부회장,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 활용이 관건
  •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현대차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현대차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여부가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여러차례 제기됐던 이슈지만, 이번에는 더욱 실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와 맞물리면서 쉽게 진행되지 못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선 공정위의 압박이 그 어느때보다 거세다는 점이 첫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10대그룹 중에서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되지 않은 곳이 현대차그룹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기업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혁을 요구하면서 이번 3월 주총 시즌을 지난 연말에 이어 2차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이유다.


    물론 지난 16일 열린 현대차 주총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한 주주의 질문에 이원희 사장은 상정 안건이 아니어서 이 자리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현물출자 및 주식교환 시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이연이 올해말에 일몰되는 것도 시행을 독려하는 요인이다. 즉, 올해가 지주사 전환 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로 81세의 고령이라는 점도 경영권 승계와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요인이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양재동 사옥에 출근하는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건강 이상설이 나올 정도로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몽구 회장이 현대건설 정기주총에서 등기이사에 재선임되지 않은 것도 서서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처럼 예전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시기가 임박한 만큼 문제는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될지가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차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졌다.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정 부회장의 주요 계열사 보유 주식 현황은 이렇다. 현대차 2.28%, 기아차 1.74%, 현대글로비스 23.39%, 현대엔지니어링 11.72%, 현대위아 1.96% 등이다. 


    즉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시장에서는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우선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23.29%)을 매각해서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16.88%)을 매입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금액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15만5500원이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873만2290주(23.29%)의 주식가치는 1조3578억원이다. 반면에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 1642만7074주(16.88%)는 20일 종가 기준으로 주당 23만3500원이다. 즉, 3조8357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단순 계산만으로도 2조5000억원 가량이 부족하다.


    또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스와핑(교환)하는 방식도 언급된다. 이 역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 차이로 인해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8% 정도 밖에 확보할 수 없어 지배력이 취약해지는 단점이 있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다른 방식으로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개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분으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부문을 합병해 이른바 현대차홀딩스라는 지주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후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지주사에 출자전환하면 정 부회장은 11%, 정몽구 회장은 17% 가량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분할합병하는 과정에서 반대매수에 대한 자금 부담이 크고, 정몽구 회장이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에 향후에 다시 경영권 승계 과정을 겪어야 하는 불편도 있다. 


    KB증권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CKD(반조립제품) 사업부를 매각해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정 부회장은 직접 지분 처분 없이도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를 지배하게 돼 자연스럽게 지배구조 최고점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CKD사업 비중이 전체의 70~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빈 껍데기만 남게 돼 기존 주주들의 반대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대모비스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한 뒤 투자부문을 홀딩스로 만든 뒤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출자전환해 홀딩스, 즉 지주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시나리오도 있다.


    결과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 정 부회장이 부족한 자금을 어떻게 극복하고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