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호가', 중개사 '수수료', 건설사 '입찰' 담합

[취재수첩] 똑똑해진 '부동산담합'… '정부묘수' 필요할 때

허위매물 등록·블랙리스트 작성·협박·고소고발까지

이보배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8.03.21 11: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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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업소·건설사에 이어 집주인까지 번진 부동산시장 담합 행태가 실수요자들의 피해 악순환을 부추기고 있다. ⓒ연합뉴스


1990년대 정치권에서 만들어진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의 '내로남불'은 이제 사회 전역에서 두루 쓰이는 단어가 됐다. 비슷한 말로 "내가 하는 단합이 남이 보면 담합일 수 있다"가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도 '담합'은 오랜시간 관행으로 여겨지며 자행돼 왔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부동산규제가 강화되면서 집주인·중개업계·건설사들의 '각자도생'을 위한 담합백태가 심각하다. 


'단합'과 '담합'은 받침하나에 단어 뜻이 달라진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도 '담합'이 이슈다. 눈에 띄는 현상은 일부 중개업소와 건설사간 자행됐던 담합이 집주인들까지 확대됐다는 데 있다.


집값을 끌어올리거나 하락을 막기 위해 아파트 입주민들끼리 담합하는 것으로 올해 최대 재건축사업지 중 하나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 엘리베이터 안에 '일정가격 이하로 집을 팔지 말라'는 공고문이 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집값을 띄우기 위한 담합은 인터넷 카페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들은 자신들의 뜻과 달리 호가를 낮게 내놓은 중개업소와는 거래하지 말라고 경고하는가 하면 일부 중개업소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자신들이 정한 가격 이하로 부동산중개 사이트에 물건을 올린 중개업소를 '허위매물 등록'으로 신고하기도 한다.


집주인들의 집값 담합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하는 공인중개사들도 담합 행위를 한다. '복비담합'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별로 정해진 가격이 있을 정도로 공인중개사 사이에서 '복비담합'은 기정사실화 돼있다. 특히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에서 이같은 담합 행태가 주로 이뤄진다.


건설사들 간 담합도 있다. 아파트재건축 시공사 낙찰과정에서 건설사들 간 '입찰담합'이 비근한 예다.


과거에는 대형건설사들이 재건축사업 시 다른 업체를 내세워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입찰 가격을 써내게 한 뒤 시공사로 낙찰 받는 담합을 주로 했다면 최근에는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맺고 사업에 참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두 곳 이상의 건설사가 손을 잡고 컨소시엄 형태로 수주에 나설 경우 분양가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건설사 입장에서는 과도한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사전 협의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 '일종의 담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건설사의 담합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자리잡아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부동산규제' 한 우물만 파면서 집주인들까지 담합에 나섰다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집주인과 공인중개사, 건설사의 '각자도생'을 위한 담합은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서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집주인 마음대로 올린 호가와 건설사가 담합을 통해 끌어올린 분양가, 공인중개사가 담합을 통해 책정한 수수료 모두 수요자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의 주체는 사업체나 사업체 단체로 한정돼 있어 개별 입주자들이 가격하한선을 정하는 담합행위를 하더라도 마땅히 처벌할 근거가 없고, 개인 간 담합은 구체적 증거를 찾아내기 어려워 제재가 쉽지 않다.


공인중개사 담합 역시 그들만의 '카르텔'이 강화되고 있고, 건설사의 재건축 컨소시엄 구성은 시공사선정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등 부동산시장의 담합 형태가 점점 비밀스러워지고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서민 피해를 막기 위한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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