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연임 인사청문회…기준금리·가계부채 '질타'"정부정책 이끌림 없이 한은 자율·독립성 유지돼야"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21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21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기자

    통화정책 운용에 거듭 신중론을 펼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금리 인상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당장 내일 새벽 미국의 금리 인상이 통화정책의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2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가져가고 있지만, 현재 경기가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향후 기준금리 방향은 인상 쪽에 무게가 실린다"고 밝혔다.

이어 "완화 기조가 반드시 금리를 인하하거나 동결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현재 금리도 실물경제의 뒷받침 할 수 있는 충분히 완화적인 상태"라며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린다고 해서 긴축도 아니며, 완화 정도를 줄여나가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열 총재는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당분간 수요측면에서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도록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이나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면에서 리스크를 살피며 완화 정도의 조정을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감안할 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정책금리가 올라가기는 어렵고, 경기조절을 위한 금리 운용의 폭이 과거에 비해 협소해질 수 있다"며 "긴 안목에서 정책여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정책수단이나 정책운영체계를 모색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주열 총재는 4년 전 임명 당시 인사청문회를 한 차례 통과한 바 있다. 이에 이번 청문회는 개인 신상 관련 이슈보다는 정책 중심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특히 통화정책 운용 방향과 함께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로 급증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여기에 총재 임기 4년간 정부의 입맛 따라 중립성 없이 움직였다는 비판도 날을 세웠다.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은 "국회 업무보고 당시 가계부채가 금리 안정의 위험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가계부채는 1450조9000억원"이라며 "재임 동안 매년 100조씩 400조 늘었고, 전임 총재들보다 두 배 이상 늘렸다. 통화정책 담당자로서 잘못됐다는 점검의 필요성이 있다"고 질타했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도 "금리 인상이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은 억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인하만 했으니 오늘날 사상 최악의 현안을 가져왔다"며 "독립성이라는 게 무조건 내 갈 길만 가는 것도, 정부 정책에 대해 무조건 협조하는 것도 아니다. 한은이 해야할 일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예측하며 금리 정책을 펴야 한다. 그동안 보면 정부정책과 늘 함께 갔다"고 비판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21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21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기자

    이에 이주열 총재는 가계부채 누증의 심각성과 비판어린 시각에 대해 받아들이면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려는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늘어난 점은 충분히 경계하고 있다는 점도 어필했다.

  • 그는 "당시 상황을 보면 통화정책은 정부 정책과 관계없이 완화기조로 끌고갈 수밖에 없었다"며 "저금리 기조가 가계부채를 뒤흔든 이유임이 분명하다. 한은의 기본적인 방향은 가계부채가 소득증가율을 넘어 높아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올해 미국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과 오는 22일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역전 현실화에 대한 우려의 질문도 나왔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현행 1.25~1.50%에서 1.50~1.75%로 인상할 것이라는 게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5%임을 고려하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는 10년 만에 역전되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경제상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긍정적인 흐름 타게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현재 한미 금리 역전으로 자본유출 압력이 증가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은데, 정상회담 등의 대외환경이 자본유출을 완화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은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시중 자금이 빠져나가는데, 가계부채가 또 늘어날 수 있다.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한 한은의 문제인식이 희박하고 안일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총재는 "가계부채 관련 금리로 대응하기엔 어렵고, 자본유출 가능성이라던가 채무자의 부담증대를 같이 고민해 금리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개선돼 리스크가 준다면 해외투자자 입장에선 우리나라 투자가 높아질 것이고, 나가는 압력은 완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답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일 이주열 총재를 재임명했다. 이는 44년 만의 연임으로 한국은행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총재는 "그간 한국은행의 중립성이 법적 측면이나 관행상으로도 크게 강화돼 온 만큼 책임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으므로 정책수행을 투명하게 알려야 할 책임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정책 결정 배경이나 향후 방향 등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며 원활한 소통을 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 과정을 무사히 거친 후 내달 1일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