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SW 인터액티브 리뷰: 컨버전스, 삶을 바꾸는 기술
  • SXSW가 열리는 오스틴 시에는 유튜브, 벤츠 등 전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파빌리온을 마련한다. 사진은 유튜브 파빌리온 전경ⓒ뉴데일리경제
    ▲ SXSW가 열리는 오스틴 시에는 유튜브, 벤츠 등 전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파빌리온을 마련한다. 사진은 유튜브 파빌리온 전경ⓒ뉴데일리경제


지난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SXSW((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는 올해에도 수많은 화제를 뿌리면서 폐막됐다. 

매년 3월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SXSW는 본래 미국 남부와 서부의 음악과 필름을 위한 문화축제로 시작됐던 행사다. ‘남부와 남서부’를 의미하는 이름부터가 알프레드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언어유희이다. 

SXSW가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게 된 계기는 매체의 변천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데서 찾을 수 있다. 1994년 SXSW 필름 페스티벌이 ‘SXSW 필름 및 멀티미디어 컨퍼런스’가 주최된 것이 그 시초다. 1999년부터는 이 컨퍼런스가 ‘SXSW 필름’과 ‘SXSW 인터액티브’로 나뉜다. 

인터액티브(interactive)라는 단어는 새로운 매체의 특성을 잘 반영한 기막힌 작명이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와 같은 기존 매체들이 편도(one-way) 성격을 갖는데 반해, 디지털 매체의 가장 큰 특성은 대화성(interactivity)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성으로 인해 콘텐트 소비자들은 더 이상 자기가 원하는 콘텐트가 나올 때까지 무기력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됐다. 매스미디어 시대가 끝나고 트랜스미디어의 시대가 온 것이다. SXSW 인터액티브가 모든 콘텐트 제작자들에게 중요해진 것은 바로 이 대화성으로 인해 콘텐트 소비자들의 손에 콘텐트 선택의 힘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디지털로 컨버전스 되는 현대문명 

현대인들의 손에 모바일 기기가 쥐어지면서, SXSW 인터액티브의 핵심어이기도 한 ‘컨버전스(convergence)’라는 말은 이제 엔지니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어휘가 됐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하나의 기기에 영상, 음성, 이메일, 웹브라우저와 같은 다양한 기능이 ‘수렴’된다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컨버전스’라는 어휘는, 이제 영상이나 음악과 같은 콘텐트는 물론 의학이나 공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디지털기술을 접목시키는 모든 행위를 ‘수렴(converge)’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말은 어원적으로 ‘손가락으로 세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오늘날 숱하게 많은 디지털 데이터들이 수집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의사결정이나 다양한 설계(디자인)에 고루 활용될 수 있다. 과연 우리가 이런 디지털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을까? 

패션, 음악에도 적용되는 데이터 과학

올해 SXSW 인터액티브에서도 이런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본래 ‘아날로그’일 수밖에 없는 현상들을 디지털 정보로 수집해 이를 다시 ‘아날로그’적인 행동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의 왜곡이나 해석에 어려움이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올해 SXSW에서도 이런 문제가 숱하게 다뤄졌다. 마케팅 전반에 이용되는 데이터 분석(Data Analytics)을 소개하는 것을 비롯, 데이터를 이용한 작곡, 패션 디자인, 데이터기술, 데이터 정책, 개인 데이터의 이용 등 데이터를 다룬 세션만 해도 70여 회에 달한다. 

우리 일자리는 기계로부터 안전한가 

SXSW 인터액티브에서는 올해에도 10-11일 이틀 동안 ‘일자리 시장(Job Market)’을 열어 혁신적인 기업들과 이들에게 필요한 인재를 연결해주는 기회를 제공했다. 일자리는 SXSW에서만 아니라 사회와 개인들이 지속되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언뜻 일자리를 줄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전세계 수많은 연구조사를 통해 계속해서 증명되고 있다. 올해 SXSW에서도 일자리에 대한 전망은 전체적으로 밝은 편이었다. 단, 준비된 사람들에게 한해서만 밝다는 것도 사실이. 

3월 10일 앱 개발회사인 에버노트(Evernote)에서는 ‘공상과학을 현실로: 직장 인공지능의 진화(Sci-Fi to Reality: Evolution of AI in the Workplace)’라는 제하의 강연에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로부터 인사이트를 추론하는 기술들의 현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 기술들은 궁극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인간들을 단조로운 일에서 해방시키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인간들이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히려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에서 사람들을 해방시키고 인간들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리라고 예상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역시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신기술 중 하나다. 특히 올해 저렴한 증강현실 용 안경의 보급을 앞두고, 증강현실 기술이 인공지능 및 제타데이터 단위의 데이터관리 기술과 결합돼 과거 인간 대 인간 교류로만 가능했던 커뮤니케이션이 기계 손에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3월 11일 열린 ‘증강현실: 일자리 킬러인가 경제의 구세주인가(Augmented Reality: Job Killer or Economic Savior?)’라는 세션에서는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의 부회장 제이 새밋(Jay Samit)이 올해 일자리에 전례 없이 큰 영향을 끼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대규모 도입을 앞두고, 일반인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은지 밝히기도 했다. 

점점 더 스마트해지는 ‘도시’ 

스마트 도시는 최근 몇 년 동안 SXSW 인터액티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다. 오늘날 서울과 같은 대도시가 운영되는데 있어 디지털 정보의 수집과 이용은 필수적이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3월 12일 영국의 ‘더 퓨처 레이버레터리(The Future Laboratory)’의 CEO 트레버 하디(Trevor Hardy)는 미래 대도시가 대기업들에 의해 운영되리라고 전망했다. 

서두에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매일 7백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시스템에서 막대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는 상황을 소개한 그는, 데이터의 수집과 이용을 가장 잘 해낼 기관은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들이라고 예측했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공상과학적 대도시의 실현은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CEO들만이 가능하다며, 그 가능성 중 하나로 미국 시민들 중 정부와 기업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각각 17%와 22%에 불과하지만, 기업의 CEO 능력을 신뢰한다는 비율은 64%나 된다는 사실을 들었다. 특히 구글과 같은 대기업들은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할 능력이 있는 만큼, 그들의 능력과 기술이 결합되어 우리가 과거 꿈꿔왔던 스마트 도시가 실현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도시를 운영하는 경우, 지금처럼 모두에게 고루 제공되던 공공서비스의 개념은 퇴화될 수도 있다. 트레버 하디는 중국에서 이미 사회신용제도를 도입해 개인의 은행신용이나 구매습관, 소셜미디어 활동 등으로 사람들 신용등급을 매겨 일정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브랜드 도시의 디스토피아’를 피하기 위해서 사회와 브랜드, 개인이 어떻게타협할 것인가가 미래 ‘브랜디드(branded)’ 도시의 관건이라고. 

스토리텔링도 ‘디지털’이다 



  • 현재 스토리텔링의 가장 핵심적 수단은 단연 디지털기술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과 더불어 현재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스토리텔러들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의 나사(NASA)가 올해 SXSW 인터액티브에서 나사다운 첨단 스토리텔링의 기법을 밝혔다. 3월 14일 열린 ‘나사의 스토리텔링 도구 세계(NASA’s Universe of Storytelling Tools)’에서는 극소수만 경험할 수 없는 우주탐험의 경험을 일반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나사가 어떤 몰입기술을 이용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첨단기술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나사에는 매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며, 세금을 내는 시민들의 이해와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런 탐험이 지속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거나 달 탐험이 허구라는 음모론을 믿는 일반대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극소수의 우주탐험가들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일반대중과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다. 나사가 동영상과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대중과 실시간으로 교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린 이 세션은 큰 인기를 끌어 추가 강연까지 이뤄졌다. 

    더욱이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스토리텔링의 수단을 넘어서 스토리텔링 자체의 원동력으로 발전하고 있다. 3월 12일 열렸던 ‘숫자를 넘어: 스토리텔러들을 위한 데이터 분석(More Than Numbers: Data Analysis for Storytellers)’ 시간에는 선댄스 인스티튜트(Sundance Institute)에서 어떻게 하면 데이터를 투명하게 수집해서 이를 브랜드를 위한 스토리텔링으로 반영할 수 있는지 논의했다. 

    이 시간 선댄스 인스티튜트는 데이터를 통해 오디언스가 누구인지 이해하고, 새로운 알고리즘을 통해 스크립트를 제작 전에 분석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화제작 전후 대중과 교류하는 것은 물론이다. 아이튠즈나 구글플레이, 비미오(Vimeo) 등 어그리게이터(aggregator) 이용 역시 흥행의 관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