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차 배정 더 미루기 어려워"만기도래 차입금 등 2조3000억 조달해야
  • ▲ 한국GM 군산공장 정상 가동 촉구 현수막. ⓒ연합뉴스
    ▲ 한국GM 군산공장 정상 가동 촉구 현수막. ⓒ연합뉴스


    구조조정 중인 한국GM이 이번 주 '사업 지속가능성'과 유동성 측면에서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된다. 본사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공장에 대한 신차 배정 시한과 한국GM이 GM으로부터 빌린 7000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모두 이달 말에 겹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재개될 노사 임단협 교섭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다시 방한해 노조와 정부에 협조를 호소할 가능성도 있다.

    25일 GM과 한국GM에 따르면 한국 부평, 창원 공장에 대한 신차 배정 여부가 이달 말께 결론이 날 전망이다.

    한국GM 한 관계자는 "3월 초부터 본ㅅ의 글로벌 신차 배정 논의가 시작됐지만, 한국GM 상황 때문에 확정 발표가 늦춰지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나라 사업장들의 생산일정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3월 말 이후까지 신차 배정을 더 미루기 어렵다는 게 본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최근 GM의 경영방침은 채산성과 효율성이 확보되지 않은 사업장에는 신규투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사측이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노사교섭에서 포괄적이나마 인건비 절감 등을 포함한 '임단협 협의'가 도출돼야 한다고 노조에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GM은 이미 수차례 부평공장에 스포츠유틸리티(SUV, 트랙스 후속 '9BUX' 프로젝트), 창원공장에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 다목적차량) 신차를 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인천시와 경남도에 제출한 '외국인투자지역(외투지역) 지정 신청서'에도 이 같은 신차 배정을 가정하고 관련 약 1조원의 잠정 시설투자 계획도 포함시켰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3월 말은 한국GM 입장에서 전환점이다.

    한국GM은 이달 말 다시 GM으로부터 빌린 7000억원 차입금의 만기를 맞는다. GM은 지난해 말 7000억원의 채권 만기를 올해 2월 말로 연장했고, 지난달 23일 이사회에서도 만기를 '3월 말'로 한 차례 더 늦췄다.

    당시 "실사기간을 고려해 (3월 말까지) 회수를 보류한다"는 취지였지만, 현재 실사 진행 속도로 미뤄 이달 말까지 실사가 마무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따라서 GM은 이달 말 돌아오는 채권 만기를 다시 연장할 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실사기간 회수보류' 방침에 따라 GM이 만기를 재연장할 가능성이 크지만, 100%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3월 말 만기 연장 등으로 한 차례 고비를 넘기더라도 4월에는 더 많은 유동성이 필요하다.

    2016년 기준 한국GM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4월1일부터 8일까지 9880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줄줄이 도래한다. 대부분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GM 홀딩스 LCC' 등 GM 본사와 계열사로부터 한국GM이 빌린 돈으로, 이자율은 4.8~5.3%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4월 말에는 또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한 약 2600명에 위로금도 지급해야 한다. 2년치 연봉, 평균 2억원으로만 계산해도 약 50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4월 중 지난해 격려금 중 절반(인당 약 450만원)도 줘야하기 때문에 여기에 드는 약 720억원(450만원×1만6000명)도 부담이다.

    즉 4월 말까지 차입금 만기 연장에 실패할 경우 한국GM은 약 2조3000억원을 어디서 빌려서라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KDB산업은행이 '급전'에 대한 브릿지론 가능성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GM이 한국GM에 대한 3조원 규모의 채권을 출자전환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GM이 신차 배정, 출자전환 등을 통한 자금난 해소의 전제조건으로 인건비 등 경비감축을 통한 '흑자구조'를 강조하는 만큼 현 시점에서 한국GM 경영 정상화의 가장 주요한 변수는 2018년도 임단협 교섭 결과다.

    한국GM은 이번 임단협을 통해 적어도 연 2500억원의 인건비 절감이 이뤄져야만 당장 올해는 아니더라도 5년 내 흑자구조 달성의 기반을 갖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단 노조가 사측의 교섭안 가운데 '올해 임금 동결, 성과급 지급 불가' 방침을 받아들인 만큼 연 1400억원(5년간 평균 인당 성과급 1000만원×희망퇴직 후 남은 1만3600명)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사측 교섭안의 또 다른 핵심인 '복지후생비 삭감'을 노조가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사측은 지난달 22일 공개한 첫 교섭안에서 단체협약 개정을 통해 대거 복지후생비 항목을 삭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달 21일 6차 교섭에서 △통근버스 운행 노선·이용료 조정 △학자금 지급 제한(최대 2자녀) △중식 유상제공 등 복지후생 항목 축소를 유고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연차 휴가 미사용분에 대한 수당 지급 축소, 자녀 학자금 지급 3년간 유보와 같은 다른 복지후생 절감안은 수정안에 그대로 넣었다.

    한국GM은 수정 교섭안의 복지후생 절감 규로를 연 1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GM 입장에서는 임단협을 통한 2500억원 절감을 위해 수정안 수준이라도 복지후생비 축소안 관철이 절박한 상황이다. 7차 노사 교섭은 이르면 27일께 열릴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주 교섭에서도 복지후생비 감축이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며 "신차 배정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주에는 반드시 '포괄적 합의' 수준이라도 구체적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리 엥글 사장의 방한 일정은 미정이지만, 이번 주에 신차 배정, 채권 만기 연장 등 중요한 결정이 몰려있는 만큼 재방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